미국 애플이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와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과 손을 잡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 시각) “애플이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애플이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의 ‘킹메이커’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성사되면 애플은 전체 인수금액 2조엔(약 20조4,500억원)의 약 16%를 부담하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과 델 등 미국 IT기업들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투자액은 최고 3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한미일연합은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재선정되면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다.
한·미·일 연합과 경쟁 관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대만 폭스콘도 애플에 “자사 컨소시엄에 참여해달라”고 의사를 타진했으나, 애플은 최종적으로 한·미·일연합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과 “중점적으로 협상하겠다”는 각서를 맺은 것도 애플과의 제휴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향후 반도체 부품 공급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도시바메모리에 관심을 보여온 만큼 이번 움직임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그간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으로 도시바로부터 연간 10조원 이상의 반도체 제품을 구매해 왔다.
한편 도시바는 우여곡절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재선정된 한미일연합과 오는 20일까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입장이다. 매각이 계속 공전하면서 도시바의 부실화를 우려하는 채권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시바는 이달 6일과 13일에도 이사회를 열었지만, 흡사 핑퐁 게임 하듯 우선 협상 대상자만 이리저리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가 기다리고 있는데, 심사에만 수개월이 걸린다. 만약 도시바가 내년 3월까지 모든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고 재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까지 예상돼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