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중국 사드 보복에 스스로 무장해제하다니...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접겠다는 청와대의 입장표명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외교적 지렛대를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어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WTO 제소 여부에 대해 “한중 간의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며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브리핑을 한 것을 보면 사드 보복 대응 차원에서 WTO에 제소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제소는 옵션”이라고 한 지 단 하루 만이다. 김 본부장의 발언이 제소 검토에 방점에 찍히자 청와대가 서둘러 입장을 정리한 모양새다. 김 본부장의 발언을 청와대가 하루 만에 뒤집은 꼴이니 이런 엇박자가 따로 없다. 물론 WTO 제소가 만능일 수 없고 실효성도 의문스럽기는 하다. 설령 승소하더라도 이미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한 다음이고 중국의 맞보복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응카드 보유는 제소 여부나 효과와는 별개의 문제다. 칼은 칼집에 둘 때 더 무섭다고 했다. 그런데도 빈 칼집이라고 자인한 꼴이니 이런 저자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제법상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이 보복조치를 중단한다는 보장도 없다. 되레 무장해제를 선언한 한국에 대한 보복강도를 더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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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단 도발로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의 진원지는 북한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는 소극적이면서 사드 배치에는 가혹한 보복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데도 정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눈치 보기와 저자세로 일관하는 사이 기업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어느 국민이 수긍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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