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이 다음달 초 리처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를 만난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중국 최대 고객사인 화웨이와 부품사인 LG디스플레이가 장기 계약을 맺기 위한 회동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애플을 위협하는 화웨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대항마인 LG디스플레이 수장 간의 만남이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지 9월14일자 13면 참조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다음달 3일 파주 사업장에서 리처드 유 CEO와 ‘탑매니지먼트미팅(TMM)’을 가질 예정이다. TMM은 LG그룹 내 CEO 간의 만남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번 TMM의 경우 LG디스플레이와 화웨이 실무진 차원에서 조율이 끝난 사안을 두 CEO가 최종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계약 내용은 ‘중소형 OLED의 장기적·안정적인 수급’에 대한 구속력 있는 합의로 전해졌다. 단순히 내년에 몇 만장의 패널을 주고받는 수준이 아니라 두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상생 모델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가동 중인 중소형 OLED 생산 공장 E2와 E5의 물량을 화웨이에 공급하되 향후 E5·E6 등에서 늘어나는 물량을 추가로 제공할 방침이다. 내년 공급 규모는 중소형 OLED 패널 200만~300만대이며 금액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측은 향후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주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적용을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미미한 수준이지만 화웨이의 OLED 스마트폰이 늘면서 공급 규모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화웨이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를 모두 공급사로 유치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업계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 LG디스플레이와 화웨이의 결합을 촉진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물량이 삼성전자와 애플에 공급하기에도 빠듯하자 화웨이가 방향을 빠르게 틀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웨이가 다음달 중순 출시 예정인 전략 스마트폰 ‘메이트 10’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탑재되지만 ‘플렉시블’이 아닌 딱딱한 평면 ‘리지드’ OLED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 우선순위가 명확한 상황에서 제때 원하는 물건을 받지 못한 중국 업체들 사이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