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의 부채 규모가 8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67%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에서 빌린 것으로 본격적으로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 연체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 이후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금리상승 등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차주의 부채는 올해 6월말 기준 80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계대출의 6.1%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조9,000억원 늘었다. 취약차주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 7~10등급)으로 분류되는 대출자를 말한다.
취약차주 가운데 저신용 다중채무자의 대출 규모는 50조 6,000억원, 저소득 다중채무자의 대출 규모는 42조2,000억원으로 파악됐다. 특히 저소득 다중채무자의 대출액이 지난해 말보다 2조1,000억원 늘어났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저소득에 모두 해당하는 차주의 대출액도 12조4,000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이들 취약차주는 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더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 이용 비중이 높게 나타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취약차주 대출 가운데 비은행 대출 비중은 67.3%로 은행(32.7%)의 2.1배 수준이었다. 전체 대출자 평균(43.6%)에 비해서도 23.7%포인트나 높았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장금리 상승압박이 본격화하면 이들의 연체 위험도 더 커진다.
한은은 지난 3월에도 “취약차주는 금리상승에 따른 추가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취약계층 부채문제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이들의 이자 부담 증가 정도와 대출부실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기준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연간 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도 취약차주 부실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경제현안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취약차주 부실이 우려된다“며 취약차주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가계부채는 1,388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 증가율이 1년 전(11.1%)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2012~2014년 평균 5.8%을 크게 웃돌며 두자릿수 증가율 행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