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정서적으로 고갈되어 다 타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고 대비하지 않으면 심각할 경우 분노조절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소설가 최옥정(사진) 씨가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지난 21일 파주시에 위치한 출판유통전문기업인 문화유통북스 임직원들과 만나 중장년층 직장인들의 심리적 고충과 이어지는 건강악화의 조짐을 번아웃 신드롬으로 설명했다.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직장인을 위한 인문학 강연 프로젝트로 올해로 2회째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독서경영우수기업과 여가친화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을 찾아 지식과 지혜를 전하고 있다.
50명의 임직원들은 업무를 마감하고 시청각실에 모여 혹시 번아웃 증상은 아닌가 귀를 기울이며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직장생활의 노하우에 귀기울였다. 최 작가가 권하는 번아웃 탈출법은 너무 간단해서 되레 싱겁기까지 하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읽고 쓰기다.
“같은 글이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가 있어요.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논어 ‘학이(學而)’편의 한 구절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왕성한 시기에 읽을 때와 몸이 지쳐 힘들 때 읽을 때 그 느낌은 전혀 다르게 와 닿아요. 힘들 때 집으로 친구가 찾아오면 지친 몸을 깨우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죠. 인생의 맛을 깨달을 수 있기에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에 좋아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중 업적에 대한 인정 그리고 승진 두 가지가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상대로부터의 인정이 직장생활에 에너지를 주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는 어렵다는 게 최 작가의 조언이다. “퇴근 후 직장인들의 술자리 대화의 주요 주제는 조직 내 마음 맞지 않는 사람들의 행태가 대부분이지요. 그러한 잡담은 사소한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 같은 상황에 처해있을 때는 무용지물입니다. 그때 자신의 울분을 글로써 토해내보세요. 처음에는 상대에 대한 원망으로 시작하지만 마무리는 이해와 포용으로 감싸안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정화된답니다.” 최근 최작가는 중장년층 대상 글쓰기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간한 ‘2라운드인생글쓰기(푸른영토)’ 에서 읽고 쓰기의 힘을 자세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이날 참가한 문화유통북스 직원들은 번아웃 증상을 대처하는 방법을 귀담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등 강의에 몰입했다.
한편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은 오는 10월까지 24개 기업을 찾아가 가 문학·역사·신화·고전, 여행과 힐링, 경제·경영 등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연을 풀어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