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분리독립 바람 번지나…중동·유럽 이번주 분수령

"독립투표 연기 논의 너무 늦었다"

이라크 쿠르드족 오늘 강행 방침에

터키 "군사작전도 가능" 날세워

이란도 국경 전면봉쇄 카드 꺼내

카탈루냐 독립투표 예정일 초읽기

스페인, 자치경찰 지휘로 저지 나서

연방정부-주정부 갈등 갈수록 심화

英·벨기에 등 분열 확산될까 촉각

22일(현지시간) 쿠르드족 독립 찬성 집회가 열린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수도 이라크 에르빌에서 한 청년이 쿠르드족을 상징하는 깃발에 둘러싸여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함성을 지르고 있다. /에르빌=EPA연합뉴스22일(현지시간) 쿠르드족 독립 찬성 집회가 열린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수도 이라크 에르빌에서 한 청년이 쿠르드족을 상징하는 깃발에 둘러싸여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함성을 지르고 있다. /에르빌=EPA연합뉴스




중동과 유럽을 덮친 분리독립 바람이 앞으로 한 주 동안 분수령을 맞는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이라크 쿠르드족이 25일(현지시간) 예정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할 의사를 밝히면서 쿠르드족의 독립 여론이 중동 전체로 번질 것을 우려한 주변국은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음달 1일 치러지는 카탈루냐 독립투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촉발된 영국 연방의 분열상과 맞물려 유럽 각국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KRG) 수반은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독립투표 연기를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이는 나의 결정이 아니라 인민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바르자니 수반은 전날 KRG의 수도인 에르빌에서 열린 국민투표 찬성 집회에서 “우리는 밤낮없이 투표 연기 압박을 받아왔지만 다시는 (투표를 연기했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515A12쿠르드족



KRG의 강경태세에 중동 국가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쿠르드족이 이라크 외에도 터키·이란에 광범위하게 거주하는 상황에서 이번 독립투표가 중동 대륙 전체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특히 쿠르드족 인구가 가장 많은 터키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라크·이란, 다른 이웃 국가와 긴밀한 공조하에서 (독립투표에) 대응할 것”이라며 “(군사작전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터키 의회는 이날 이라크·시리아 파병 연장 동의안을 가결해 독립투표 후 유사시 이라크 내 군사작전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란도 KRG가 투표를 강행하면 이라크 KRG 자치지역과 맞닿은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KRG와 맺은 군사·안보협력을 모두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터키와 이란 내 쿠르드족 인구는 각각 1,400만명, 600만명가량으로 이라크(520만명)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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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G의 독립은 단순한 독립국 탄생이 아닌 중동의 외교·경제를 뒤흔들 일대 사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RG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로 훈련된 20만명의 정예군을 소유하고 있는데다 키르쿠크~제이한 송유관 등 독립국가 영토의 각종 유전시설에 대한 운영권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쿠르드 독립투표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도 중동의 안정을 원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2일(현지시간) 스페인 카탈루냐주 바르셀로나에서도 중앙정부 경찰의 지방정부 공무원 구금 등 카탈루냐 독립투표 방해 행보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22일(현지시간) 스페인 카탈루냐주 바르셀로나에서도 중앙정부 경찰의 지방정부 공무원 구금 등 카탈루냐 독립투표 방해 행보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유럽도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독립투표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스페인 내무부가 23일 독립투표 준비작업을 단속하기 위해 카탈루냐 자치경찰에도 직접 지시를 내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호아킴 포른 카탈루냐 자치정부 내무부 장관은 스페인의 결정이 “카탈루냐 경찰력에 개입하려는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는 등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자국 내 분리독립 요구가 끊이지 않는 벨기에 등 유럽 각국은 카탈루냐 독립을 둘러싼 스페인의 정국혼란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국은 카탈루냐 국민투표의 여파가 영연방의 분열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조기총선에서 과반을 잃은 집권 보수당이 북아일랜드 정당인 민주연합당(DUP)과 신임공급협상을 맺은 후 북아일랜드 내에서는 연방정부가 자치권을 침해했다며 분리독립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으며 스코틀랜드도 브렉시트 이후 경제 타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꾸준히 독립투표를 연방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선동은 유럽연합(EU)의 중심지인 벨기에와 웨일스·북아일랜드 등으로 번질 수 있다”며 “이런 혼란상에서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516A12 쿠르드족 관할 지역 및 거주지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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