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26일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 편”이라며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행사 특별 강연에서 “북한이 핵탄두 100개를 갖게 되면 협상의 태도는 또 달라지게 된다”며 “시간을 끌수록 우리에게 유리한 게 아니니 빨리 대화에 나서 북한이 더 도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미국은 준비된 군사행동을 생각하는 것 같고 북한은 강 대 강으로 나오고 있다”며 “우리가 힘이 있어서 양쪽을 다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힘은 없고 중국과 러시아는 아직 방관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문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주 비밀리에 북한에 특사를 보내서 거래를 성사시키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위기가 고조될수록 기회도 있기 때문에 기회를 활용하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시도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 교수는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안 될 때 평양이 우리를 통해 워싱턴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외교안보수석을 미국에 보내 클린턴에게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한 사례를 언급했다.
아울러 “특정 국가가 군사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억지책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한중관계를 빨리 개선하고 한·중·러 삼각체제, 남·북·중, 남·북·러 등 여러 메커니즘을 만들면서 넓혀갈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