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긴 추석 연휴. 그동안 펼쳐 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책을 읽어볼 절호의 찬스다.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주요 서점 MD들에게서 추석에 읽어볼 만한 책들을 분야별로 추천받았다. 큰 욕심을 내는 대신 이 중 한 권이라도 완독해 보자. 연휴가 끝날 때쯤 꼭 드는 허탈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질 것이다.
◇경제·경영·자기계발=평소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는 좀 더 노력하는 삶을 살기 위한 동기부여의 목적이 크지만 이번 연휴만큼은 이 분야의 책을 통해 ‘제대로 쉬는 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구가야 아키라가 쓴 ‘최고의 휴식’(알에이치코리아)은 ‘아무리 쉬어도 늘 피곤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책 속에서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세일즈포스 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홀푸드마켓의 존 매키 등 세계적인 CEO들이 알려주는 최고의 휴식법이 소개된다.
긴 연휴는 평소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두툼한 책에 도전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김현주 예스24(053280) 경제경영 MD는 ‘2019 부의 대절벽’(청림출판)을 통해 생존전략을 짜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미국의 이코노미스트 해리 덴트의 최근 저작으로 지금의 호황은 전례 없는 경기부양과 양적 완화의 결과며 최악의 버블 붕괴가 조만간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권으로 이뤄진 ‘황금의 샘’(라의눈) 역시 평소에는 도전하기 어려운, 1,4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책이다. 하지만 1992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이 책을 완독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만은 분명하다. 홍성원 알라딘 경제경영 분야 MD는 “세계 경제가 아직도 석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20세기 경제사를 관통하며 통찰하는 역작”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에세이=명절 때마다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면 우에노 지즈코의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동녘)를 읽어보자. 최지환 교보문고 역사·문화 MD는 이 책을 ‘혼자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만능 해법서’로 소개하며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임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번 명절에 반드시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라디오 방송 작가로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송정림 작가의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나무생각)는 가족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송 작가의 에세이 시리즈 중 다섯번째 책으로 고마움과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영화 속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해 위로를 전해주는 책도 있다. 김도훈 예스24 문학 MD가 추천한 ‘그렇게 어른이 된다’(나른한곰)는 책장을 덮고 나면 수십 편의 영화를 본 듯 따뜻한 이야기가 마음을 어루만진다.
◇인문=긴 연휴를 보내고 업무에 복귀하려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고삐를 조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럴 땐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의 ‘나를 지키는 일하는 법’(사계절)이 해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이 책은 강 전 교수가 NHK직업특강에서 발표한 자료를 묶은 것으로 이익재 교보문고 인문 MD는 “내일을 알 수 없는 이 ‘역경의 시대’, 일을 찾기 위해, 지속하기 위해, 혹은 떠나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기 일을 바라볼 수 있는 단단한 삶의 철학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명절이지만 오히려 타인의 연결에서 소외를 느끼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소외가 질병으로 이어진다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가 고민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보건학자 김승석 교수가 쓴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책이다. 박태근 알라딘 인문 분야 MD는 “질병의 사회적 책임’과 ‘연결된 존재의 건강함’을 직면해야 할 때”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소설=연휴의 시작에도, 끝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포소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스티븐 킹은 오랜만에 책을 펼쳐든 이들을 몰입하게 하고 연휴 끝자락에는 출근의 공포보다 더 큰 공포를 선사할 것이다. 예스24 김도훈 MD가 추천한 ‘그것 IT’(황금가지)는 믿고 보는 스티븐 킹의 대표작. 무시무시하지만 압도적인 스토리로 긴 추석 연휴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단 반드시 불을 켜고 읽으라는 것이 MD의 조언이다.
김효선 알라딘 한국문학 담당 MD는 이승우 소설가의 신작 ‘모르는 사람들’(문학동네)을 추천했다. 건설회사 중역으로 근무하던 아버지가 사라지고 11년이 지난 시점.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진 이후의 이야기다. 김효선 MD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그러나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관한 이승우의 소설적 재현”이라며 일독을 권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휴가철에 읽은 책으로 잘 알려진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은행나무)도 이번 연휴 읽어볼 만한 책으로 꼽혔다. 이 책은 인종문제를 주제로 하지만 무겁고 진지한 대신 긴박함과 스릴로 가득한 책이다.
◇만화=하얀 것은 종이, 그 위에 검디 검은 글자가 아직은 부담스럽다면 만화로 시작해보자. 박형욱 예스24 과학 MD는 과학만화로 분류할 만하지만 과학을 모르는 사람도 진심으로 깔깔대고 웃으며 읽을 수밖에 없는 책 ‘야밤의 공대생 만화’(뿌리와이파리)를 추천했다. 웃는 중에 스멀스멀 과학 지식이 머리 속에 콕콕 박힐지 모를 일이다.
김수연 예스24 만화 MD는 미생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세트를 추천했다. 추석을 맞아 한정수량으로 단 3권짜리 특별 세트를 제작됐는데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주옥 같은 대사와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