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바닥 드러난 소득주도 성장...경기 살릴 투자확대 정책 급하다

경기 3대지표 모조리 답보상태...정부 장밋빛 기대 무색

북핵·한미FTA 재협상 등 경기 악화시킬 리스크 수두룩

"실효성 낮은 일자리 정책 등 고집하면 3% 성장 어려워"



강한 자신감은 없었지만 정부는 그래도 3% 성장은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했고 선진국 등의 경제가 회복세여서 수출도 좋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매달 내놓는 그린북에서는 내수 회복세가 좋지 않다는 점을 불안요소를 꼽기는 했지만 경제 전반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대감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29일 발표된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 등을 보면 주요 경제 지표들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부진하거나 답보 상태였다. 한 달의 수치만 보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경제 3대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부진했다는 점, 부진의 이유가 단시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는 점 등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산업 생산의 경우 반도체와 그와 연관된 업종들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8월 광공업 생산은 0.4% 늘었으나 반도체·전자부품을 제외하면 1.4%가 감소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주력 산업인 조선, 자동차 등 상황도 좋지 않다. 조선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와 자동차는 8월에 각각 -18.5%, -4.0% 등으로 크게 부진했다. 조선업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자동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파업까지 겹쳤다. 당분간 획기적인 반등이 어려운 상황인 것. 규제 등 탓에 발전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 서비스업도 0.1% 생산이 느는 데 그쳤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우리나라 전산업 생산은 지난달 0% 증가율에 머물렀다.

투자 부문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설비투자는 7월 -5.1%에 이어 8월에도 -0.3%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미 이뤄진 건설투자를 뜻하는 건설기성 역시 전월 대비 2.0% 감소했다. 건설 수주 실적이 떨어진다는 점은 더 나쁜 신호다. 건설 수주는 앞으로의 건설 경기와 투자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년 동월 대비 건설 수주는 7월 -29.5%, 8월 -3.4% 등 크게 뒷걸음쳤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들면서 토목 중심으로 수주가 감소하고 있고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 영향으로 주택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OC 예산 축소와 부동산 대책 등은 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란 점에서 향후 투자 개선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 경제에선 건설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계속된 부진을 가벼이 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지난해 경제성장률 2.8%에서 건설 투자 기여도는 1.6%포인트로 절반 이상의 지분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회복되는 조짐이 보였던 소비 역시 8월 1.0% 감소했다. 소비는 5월 1.1% 감소를 기록한 뒤 6월·7월에는 1.3%, 0.1% 증가했으나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소비는 올해 들어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며 일관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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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심리도 위축됐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1로 기준치 100에 크게 못 미쳤다. BSI는 기업들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부정적, 밑돌면 부정적이란 뜻이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7.7로 BSI보다는 수치가 좋다. 하지만 8월 109.9보다는 2.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북핵 리스크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줄고 있다. 금융계정 순자산 기준 8월 국내 증권투자에서 외국인 투자는 63억3,000만달러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인데 감소 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86억5,000만달러) 이후 가장 크다.

경기 지표가 차갑게 식어가면서 정부가 약속한 올해 ‘경제성장률 3.0%’도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를 기록한 이후 2015년, 지난해 2.8%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수출·투자 호조 등으로 3%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었다. 하지만 8월 초 내수나 생산 등 어느 한 분야가 아닌 ‘경기 전반’이 부진한 모습이 있고 지고 있어 북핵 리스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언제든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없는 리스크도 도사리고 있어 3%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지난 28일 ‘일자리·소득지원 방안’ ‘중국 관련 업계 애로 완화 방안’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낮은 정책 투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자리 대책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등 공공청사 연말 장식, 중국 사드 보복 관련 대책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 등 목적과 맞지 않는 정책이 많고 이전에 발표했던 정책을 재탕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늘리면 투자도 늘어난다는 얘기인데 소비 상승 효과도 현재까지는 낮다”며 “소득주도 성장에 치우쳐 투자와 산업 경쟁력을 올리는 정책은 부족한데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가면 3%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빈난새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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