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더는 사업 못해"...미래산업 마저 한국 등진다

셀트리온 "해외에 공장 짓겠다"

북핵·최저임금·규제에 떠밀려

전자·화학·바이오 등 엑소더스

한국경제 성장동력 상실 우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7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도=권욱기자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7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도=권욱기자


셀트리온이 신규 공장을 해외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은 제조업에 이어 미래산업까지 ‘탈(脫)한국’에 나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북핵 리스크와 최저임금 인상, 꽉 막힌 기업 규제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떠밀리다시피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신설하면 한국경제는 성장동력 및 일자리 감소, 기술 유출 등 ‘3중고’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9일 바이오 업계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제3공장 해외 신설’에 대한 발언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셀트리온은 당초 제1공장과 제2공장이 있는 인천시 송도 본사에 제3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착공 시기만 앞두고 있었다. 지난 2002년 회사를 창립할 때 이미 넉넉하게 용지를 확보한 터여서 올해 말 제3공장 준공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겨냥해 셀트리온도 제3공장을 송도에 건설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전진기지로 꼽히는 제3공장을 해외에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면서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 제3공장이 해외에 신설되면 적게 잡아도 5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한국의 미래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 기업이 공장을 해외에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K사도 최근 동남아에 제2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확정했다. 해외 공장이 본궤도에 오르면 연구 인력만 국내에 남기고 공장 설비를 통째로 해외로 옮기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 7월 화평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화학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우리처럼 해외로 공장 이전을 준비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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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로 줄줄이 빠져나갈 경우 기술 유출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제조기업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쇄회로기판(PCB) 업계도 최근 3~4년간 베트남이나 중국 등으로 생산설비를 이전 중이다. 스마트폰이나 TV 등 전자기기의 필수 부품인 PCB 업계는 한때 업체 수가 800곳을 넘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영풍전자·심텍 등 주요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며 전체 생산 규모 역시 30% 이상 줄어든 상태다.

이미 방직업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못 이겨 탈출을 선언했다. 100년 전통의 방직업체 경방은 광주에 있는 면사 생산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1935년 설립된 전방도 생산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국내 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최근의 ‘탈한국’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문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 저렴한 생산비를 좇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일본 기업들도 제조업 부활을 내건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다시 국내로 유턴하고 있다”며 “우리는 고비용과 저효율이라는 이중고에 내몰려 반대로 탈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민정·이상훈·이지성기자 jminj@sedaily.com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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