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출이 1956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에 기댄 반쪽짜리 회복세라는 오명도 벗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3대 지표인 생산·투자·소비는 일제히 마이너스다. 여전히 아랫목을 이른바 ‘낙수효과’가 끊겨 있어 수출 호황세의 빛도 바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수출이 551억3,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35.0% 증가한 수치로 이는 1956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61년 만에 최대 월간 수출 실적이다. 기존엔 2014년 10월 516억3,000만달러고 최고 기록이었다. 이로써 수출 증가 기록도 11개월째를 이어갔다.
일평균 수출 금액도 23어5,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으로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6% 증가했다. 선박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금액도 22.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했다.
무엇보다 13대 주력품목의 고른 증가세가 고무적이었다. 그동안 우리 수출의 회복세를 두고 반도체 호황에 기댄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9월엔 96억9,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이 29.3%에 달했다. 철강도 46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10억1,000만달러를 비롯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5억4,000만달러 △멀티칩패키지(MCP) 24억8,000만달러 등도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역별로도 고른 모습을 보였다. 대중국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4.4%로 11개월 연속 증가했고, 미국 수출도 12.5%의 높은 증가율을 이어갔다. 아세안·인도 수출도 21.7%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년도 수출 감소율인 -6.0%를 현저히 상회하는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기저효과 이상으로 월간 수출이 반등했으며, 일평균 수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조업일수 증가와 무관하게 달성됐다”고 설명했다.
수입은 413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137억5,000만 달러로 6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경기는 되레 악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산업 생산은 답보 상태를 보였고 소비는 1.0%, 설비투자는 0.3% 각각 감소했다.
경제심리도 위축됐다. 29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1로 기준치 100에 크게 못 미쳤다. BSI는 기업들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부정적, 밑돌면 부정적이란 뜻이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7.7로 BSI보다는 수치가 좋다. 하지만 8월 109.9보다는 2.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북핵 리스크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줄고 있다. 금융계정 순자산 기준 8월 국내 증권투자에서 외국인 투자는 63억3,000만달러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인데 감소 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86억5,000만달러) 이후 가장 크다.
경기 지표가 차갑게 식어가면서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3.0% 달성 목표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