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컴퓨터는 성공할지는 몰라도 좋은 여자는 만나지 못할 거야.”(저커버그의 여친) “괴짜라서?”(저커버그) “아니, 재수 없는 새끼라서.”(여친)
영화 ‘소셜 네트워크’ 첫 장면에서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가 에리카(루니 마라)에게서 차이면서 모진 말까지 듣는다. 이에 격분한 저커버그는 홧김에 술을 마시면서 ‘페이스매쉬’라는 웹사이트를 뚝딱 만든다. 하버드대 여학생들의 외모를 비교해 승자를 가리는 일종의 섹시 콘테스트 사이트다. ‘페이스매쉬’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저커버그는 여기서 페이스북을 착안한다. 여친에게 차인 모욕감 덕분(?)에 세계 최강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페이스북의 실마리를 얻은 셈이다.
페이스북 태동기부터 2007년까지를 다룬 이 영화는 두 개의 소송을 축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하나는 쌍둥이 형제 윙클보스(아미 해머)에 의한 것으로, 이들은 페이스북의 초창기 모습은 자신들이 만든 하버드 대학의 SNS인 ‘하버드 커넥션’을 본떴으며, 한때 개발 작업에 참여했던 저커버그가 그 아이디어와 유사한 ‘더 페이스북’을 먼저 서비스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송은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이자 저커버그의 친구인 왈도 세브린(앤드류 가필드)이 제기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의 지분 34.4%에서 0.03%로 줄어들고 최고재무책임자(CFO)에서 내쳐진 세브린은 저커버그가 부당한 방법으로 자신을 페이스북에서 쫓아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건다.
영화에서 저커버그는 두 소송에서 뻣뻣하게 맞선다. 윙클보스의 소송에 대해서는 “멋진 의자를 만들었다고 의자 개발자한테 빚진 건 아니지 않냐. 내 아이디어가 좋았다”면서 퉁명스럽게 대응한다. 세브린의 소송에서도 저커버그는 “난 나쁜 놈이 아니다”라며 조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 자막에서 밝혔듯이 윙클보스 형제와 세브린은 모두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다. 저커버그의 잘못도 있었음이 법률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그래도 영화는 영화일 뿐, 영화 내용 모두를 사실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저커버그 또한 ‘소셜 네트워크’의 내용에 이렇게 반박했다. “많은 부분이 허구이고요. 영화 제작자들조차도 그렇게 말할 겁니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다고요. 이건 저의 삶이기 때문에 그렇게 극적이지 않다는 걸 제가 압니다.” 이런 말도 했다. “영화가 놓치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은 페이스북을 만들려는 동기가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거나 사교클럽에 가입하고 싶다든지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듯 그려진 거예요. 그것은 실제의 동기를 완전히 놓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영화 밖 현실에서의 저커버그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많다. 특히 2015년 첫딸 맥스를 출산하면서 보유 중인 페이스북 지분 중 99%를 살아있을 때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기부한 돈을 맞춤형 학습, 질병 치료, 강력한 공동체 만들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라 저커버그는 평소 회색 티셔츠와 모자 달린 후드 재킷을 즐겨 입고 타고 다니는 차도 3,000만 원대 폴크스바겐 골프 정도로 소탈한 면모를 드러내주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저커버그가 13년 전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시작한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이제(2017년 10월 현재) 20억 명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과도하게 쏠리는 힘과 페이스북 중독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미국 대선 기간 중 러시아 측에 광고를 판매한 것을 비롯해 나치주의와 반유대주의등 극단주의자 혐오발언 채널로 악용되는 등 페이스북의 폐단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우려들을 의식했을까. 저커버그는 유대교의 속죄일(욤 키푸르) 마지막 날인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참회의 글을 올렸다. “내가 한 일이 사람들을 함께하도록 만들기보다는 분열로 이끌었던 점도 사과하며 앞으로는 더 잘해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대한 참회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사람들을 분열로 이끌기보다는 함께하도록 만들겠다는 다짐만은 반길 만하다.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막강해질수록 저커버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 또한 막중해질 수 밖에 없기에 하는 말이다.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