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맹정음을 창제한 송암 박두성은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부임하면서 시각장애인들과 인연을 맺었다. 시각장애인들이 일본어 점자로 공부하는 게 안타까웠던 송암은 한글 점자를 만들기 시작했고, 일제의 감시를 피해가며 3년의 비밀 연구 끝에 훈맹정음을 탄생시킨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송암은 낮이고 밤이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점역해 점자책을 만든 뒤 전국의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배송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점역 작업을 멈추지 않으며 평생을 훈맹정음 보급에 바쳤다.
훈맹정음 창제 당시 영어 점자와 일본어 점자를 본떠서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송암은 한글 제자 원리를 그대로 따르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점자를 만들었다. 자음과 모음만 익혀서 조합하면 어떤 단어도 만들 수 있고, 대칭성의 원리를 사용해 하나의 모음만 알면 두, 세 개의 모음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프로그램은 이제 막 서울맹학교에 입학한 7~8살 시각장애 아이들이 한글과 훈맹정음을 배우는 모습을 조명한다. 제작진은 “점자를 통해 교육을 받고 세상을 접하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전한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