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면에서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폭풍 전 고요’를 거론한 데 이어 “(북한에)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군사옵션을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잖아도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미국이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한반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국면을 맞게 된다. 여기에 통상 쓰나미까지 몰려오고 있다. 미국은 한미 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관철한 데 이어 한국산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에도 나서고 있다. 안보와 통상 두 현안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대처를 잘못하면 국민 안전과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례가 하나 있다. 2003년 미국은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라크를 공격한 지 불과 1개월여 만에 승전을 선언했다. 다음 타깃은 북한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던 때였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라크 파병과 FTA에서 조금 양보하고 미국의 한반도 군사옵션 실행을 막아냈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2003년 당시와 흡사한 점이 많다. 우리는 FTA 개정과 세이프가드 발동 등 통상 문제와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 실행 차단 등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를 가려내는 일이다. 어차피 국가 간 관계에서는 한 나라가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없다. 얻는 게 있으면 양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정부는 어떤 선택이 국가 이익을 지키는 최선의 길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