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 절대 혼자 놀러 가면 안돼.”
주부 최지연(39)씨는 얼마 전 10살 된 딸을 앉혀두고 신신당부했다. 최씨는 “의인으로 알려졌던 사람이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고 딸까지 가담했다니 정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어금니 아빠’ 사건에서 자녀의 친구가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모들 사이에서 ‘친구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 잇단 학교폭력 사건으로 자녀의 친구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가운데 이번에 친구를 유인하고 사체 유기까지 도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무리 아버지가 시켜서 한 일이라지만 어떻게 친구를 죽이는 것을 도울 수 있느냐”는 분위기다. 주부 박유진(45)씨는 최근 초등학생 아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갈 때 가능하면 자신도 따라가기로 했다. 불안한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다. 중학생 딸을 키우는 직장인 김정진(50)씨는 그 동안 사주지 않았던 스마트폰을 딸에게 선물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수시로 딸의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한다. 김씨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딸의 안전이 너무 걱정됐다”며 “딸이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는 친구 엄마와 반드시 통화하고 아이와도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의 친구를 극도로 경계하면 아이의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친구는 아동의 성장 과정에서 사회성과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을 주는 존재”라며 “극단적인 사건으로 친구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은 가뜩이나 혼밥 등 사회적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고립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