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캘리포니아 산불] 수영장 안에서 6시간 버텨…살아남은 노부부의 사연

일주일째 불길 못잡아…사망자 수 36명으로 늘어

산불이 휩쓸고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소나마 카운티 샌타로자의 코페이 공원이 불에 탄 채 폐허로 변했다. 화재로 지금까지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행방불명인 상태다.  /AFP=연합뉴스산불이 휩쓸고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소나마 카운티 샌타로자의 코페이 공원이 불에 탄 채 폐허로 변했다. 화재로 지금까지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행방불명인 상태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나파밸리에서 시작된 산불이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서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실종됐다. 이런 가운데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한 노부부의 극적인 생존 사례가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미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 샌터로사의 한 주택에 살고 있던 존 파스코(70)와 잔(65) 부부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부부는 지난 8일 밤 나무가 타는 냄새를 맡고 수마일 떨어진 곳에서 불이 난 것을 어렴풋이 알아챘다. 그러나 해마다 10월 건조기가 되면 작은 산불이 끊이지 않았고, 당시 당국의 대피 명령도 없어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이들은 몇 시간 후 “빨리 대피하라”는 딸의 전화를 받았고, 서둘러 몇 가지 물건을 챙겨나선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이미 대피로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고 LA 타임스는 전했다.


노부부는 911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911 신고 접수원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했고, 이에 잔은 “이웃집 수영장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는 함께 이웃집 수영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잠수해 있다가 수면 위로 잠시 나와 숨을 쉬고 다시 잠수하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수면 위로 나올 때에는 입고 있던 티셔츠로 얼굴을 가려 화염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했다고 전했다. 잔은 “누군가 구하러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물이 너무 찼지만 계속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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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약 6시간 동안 물 속에서 버텼다. 날이 밝고 불길이 잦아들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판단한 이들은 그제야 수영장 밖으로 나왔다. 결국 무사히 구출된 노부부는 딸을 만나 생존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일주일째 계속되면서 사망자 수는 최소 36명으로 늘었다. 불길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고, 13일 밤부터 또다시 강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보돼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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