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는 16일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사임하자 곧바로 재판을 끝냈다. 재판부는 19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을 열기로 하면서 사선 또는 국선 변호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국선 변호인이 선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선 변호인은 공익법무관이나 사법연수생, 관할 구역 내 사무실을 둔 변호사 중에서 지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는 법원이 적정 액수를 정해 지급하게 된다. 국선 변호인 지정은 재판부가 하지만 피고인이 거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고인이 직접 국선 변호인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접견을 거부하거나 변호인에게 협조하지 않아도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새 변호인이 선임되면 검토해야 할 수사·재판 기록이 12만 쪽에 달한다. 다음 기일엔 사건의 핵심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새 변호인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초 법원이 계획한 1주일 네 차례(월·화·목·금) 재판 일정에 변동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출석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과 7월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
피고인이 없는 궐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 선고까지 할 수도 있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중대 사건이라는 점은 재판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법조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잃은 피해는 고스란히 박 전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변호인단은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변호 활동에 전념해 주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