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해 “모든 게이(동성애자)들의 목을 매달고 싶어한다”고 농담조로 조롱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잡지 뉴요커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최근 한 법률학자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잡지는 이 자리에서 법률학자가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지난 1974년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과 관련해 “연방대법원이 뒤집더라도 많은 주정부들은 낙태 합법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에게 “잘 들었냐”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낙태를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힐난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이 낙태 판결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것을 거론한 것이다.
이어 대화 주제가 ‘게이 인권’으로 넘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을 가리키며 “이 사람에게는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게이들의 목을 매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부통령에 자극적 발언 왜
2020년 대선 출마 관측에
‘정권 2인자’ 견제 나선 듯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독실한 기독교인인 펜스 부통령이 성(性)소수자 반대론에 앞장선 것을 빗댄 것이지만 은근히 ‘정권 2인자’를 견제하는 뉘앙스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뉴요커에 트럼프가 과거 선거캠프 시절에도 펜스 부통령과 만난 인사들에게 “함께 기도하자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펜스의 신앙심을 조롱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에게 누가 ‘보스’인지 알게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앞서 백악관 내 권력투쟁으로 공화당 출신인 라인스 프리버스 전 대통령 비서실장,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 등이 경질된 후 백악관과 공화당의 가교역할을 할 유일한 인물로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오는 2020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돼 트럼프 대통령이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출마 공언에도 민주당이 일찌감치 펜스 부통령을 차기 공화당 대권주자 1순위로 지목했고 공화당 내에서도 펜스 부통령이 차기 대선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