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영남은 변호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조영남의 그림 대작과 관련한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매니저 장 모씨에게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송씨 등 대작 화가들이 작품에 기여한 정도를 볼 때 단순히 조수에 그치지 않으며, 작품에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영남이 “대작과정에서 마무리 작업에 일부 관여했다 하더라도 대부분 다른 작가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액이 1억8000만원이 넘고, 조영남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거나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설명했다.
조영남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작 화가 송 모씨와 오 모씨에게 21점의 그림을 대신 그리게 하고 이를 자신의 그림이라고 속여 판매, 1억5000만 원 이상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매니저 장씨도 대작 범행에 가담해 3명에게 대작 그림 5점을 팔아 268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이 내려진 직후 조영남 측은 즉각 항소했다. 앞서 조영남은 작품의 아이디어는 본인이 냈으며, 보통의 미술계가 조수를 쓰는 것이 대작이 아닌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1심 판결의 부당함을 가려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조영남을 향한 대중과 미술계의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다. 지난해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등 11개 미술 단체에서는 ‘조수를 쓰는 것은 관행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조영남이 미술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미술 단체는 서양에서 조수를 써서 미술품을 제작하는 전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르네상스 이후 미술품이 예술가의 자주적 인격의 소산이라는 의식이 강화됐고, 19세기 인상파 이후로는 화가가 조수의 도움 없이 홀로 작업하는 것이 근대미술의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조영남의 항소로 법적 공방이 길어질 전망이다. 미술계의 관행과 유명세를 이용한 갑질 사기라는 주장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과연 조영남이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