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핀란드의 대표적 기업으로 여전히 노키아를 1순위로 꼽는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은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SUPERCELL)을 먼저 언급한다.
슈퍼셀은 지난 2010년 핀란드 헬싱키공대 석사 출신 일카 파나넨이 5명의 게임 개발자와 함께 설립한 회사다. 슈퍼셀하면 흔히 처음부터 소프트뱅크·텐센트 등에서 거액을 투자받아 성공한 벤처기업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는 야심 차게 출시한 게임의 실패를 경험하며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그러다 핀란드 정부가 운영하는 기술혁신지원청(TEKES·테케스)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테케스는 고용경제부 산하기관이다. 중소기업·대학·연구소 등의 혁신적인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자금 등을 지원하며 핀란드의 산업혁신과 기업경쟁력 향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슈퍼셀, ‘앵그리버드’의 로비오(Rovio)와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과감히 제공해 산업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테케스 R&D 지원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성실 실패’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다. 리스크가 높지만 혁신성이 우수해 시장 파급효과가 큰 신규 사업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소벤처기업부의 R&D 예산 9,500억원 등 중소기업 기술혁신지원(KOSBIR) 제도를 통해 연간 약 3조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R&D 지원의 양적인 규모에 비해 사업화 성공률은 낮아 경제적 파급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개발기술 사업화 비율은 48%로 미국(69.3%), 일본(54.1%)에 비해 현저히 낮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R&D 과제를 선정할 때 시장에서의 수용 가능성보다는 개발 프로젝트 성공을 우선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관용적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R&D 자금 중 95%가 기술개발 단계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 5% 정도만이 R&D 사전 기획과 사후 사업화에 투입되고 있다. 기술개발 이전의 사업화 계획 수립과 사후에 개발된 기술을 실제로 사업화하는 과정은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R&D 성공 이후 중소기업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역할을 맡기고 있다. 중진공은 중소기업이 정부지원을 받아 개발한 기술의 사업성에 대해 진단하고 이를 통해 단계별 사업화 추진을 위한 로드맵 수립 및 시장검증 등의 맞춤형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사전 시장조사와 개발완료 후 양산체제 구축과 영업마케팅 등에 관한 전체적인 과정을 치밀히 계획하지 않으면 개발만 완료하고 사업화가 안 되는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실패와 도전 없이 상품화로 이뤄질 수 없다. 중소기업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용적인 제도와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통해 다각도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은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더욱 증폭시키는 변화다. 이러한 변화를 혁신적인 기술로 사업화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도전정신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핀란드의 테케스와 같은 중기부·중진공 등의 정부기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