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거의 매일 신문 지상 등에서 보호무역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의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뉴스는 얼핏 보면 ‘정치’에 대한 논의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역’에 대한 논의일 수도 있지만 이슈의 근간에는 ‘관세’가 자리 잡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수입물품의 관세율을 높여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자유무역협정은 당사국 간 수출입 물품의 관세율을 인하 또는 철폐해 무역교역량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 이슈 모두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관세율’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사례를 통해 관세의 기본개념 및 원가절감 요소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과거 사례도 소개하고자 한다.
‘캠코더+디지털카메라’ 캠코더일까 디카일까
캠코더 분류땐 관세율 8%, 디카땐 0% 적용
납부세 적을수록 원가절감·가격경쟁력 상승
융복합기능 장착 제품 유리한 세율 적용 기회 있어
기술 빛의 속도로 발전...입법 속도 한참 뒤처져
능동적 법 해석 통해 관세율 개정 노력 나서야
해외로부터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를 각각 수입한 뒤 이를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수입자가 있다고 하자. 수입자는 세관에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에 대한 수입신고 및 관세납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관세에 문외한인 사람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관세는 정확히 어떻게 계산되는지, 원가절감 요소는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관세만이 가진 특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 관세는 일정 기간이 아닌 물품 수입 때마다 납부해야 한다. 1년을 기준으로 하는 법인세 등과 구분된다. 둘째, 관세는 수입되는 물품의 종류별로 관세율이 다를 수 있다. 모든 물품은 예외 없이 관세율 부과 목적으로 규정된 코드 중 1개 코드에 분류돼야 한다. 어느 코드에 분류되느냐에 따라 관세율이 결정된다. 셋째, 관세는 최초 납세의무자(수입자)와 최종 부담자(소비자)가 다를 수 있는 간접세다. 양자가 동일한 직접세인 법인세와 구분된다. 이에 따라 수입자가 납부한 관세는 국내 판매 과정에서 원가항목으로 판매가격에 포함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예를 들어, 수입자가 납부해야 하는 관세가 100원, 국내 판매가격이 1,000원인 경우 수입자가 납부해야 하는 관세를 50원만큼 절감할 수 있다면 이때 50원은 수입자인 기업의 직접적 추가 수익이 되거나 국내 판매가격 인하를 가능하게 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관세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필자가 언급한 두 번째 특징(관세는 물품별로 적용세율이 다를 수 있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카메라가 수입되는 경우 적용 관세율은 0%인 반면 캠코더에는 8%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캠코더 기능이 별도로 장착된 디지털카메라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디지털카메라의 그것인 0%일까 아니면 캠코더의 그것인 8%일까.
만약 캠코더 기능이 별도로 장착된 디지털카메라의 최초 수입 당시 디지털카메라·캠코더·캠코더 기능이 장착된 디지털카메라를 각각 분류할 수 있는 코드가 존재했다면 당연히 논란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분류 코드만 존재했을 뿐 기술 융합 및 복합 신상품인 캠코더 기능이 장착된 디지털카메라가 분류돼야 할 코드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 다툼을 초래했다. 그 결과 지루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지만 결국 물품의 최초 설계 때 기본기능(Setting Function)이 캠코더가 아닌 카메라로 돼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디지털카메라라는 결론이 내려져 관세율 0%가 적용됐었다.
위 사례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관세율 개정을 위해서는 입법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입법을 기다리는 사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융복합 신상품을 출시한다. 한마디로 기술 발전 속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 상황은 기술 융복합에 대한 깊은 관심 및 지식을 가지고 관세를 원가절감 요소로 판단한 기업들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법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법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이끌어 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원가절감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는 우선 수입자가 납부하고 종국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간접세라고 안이하게 생각해 유리한 관세율을 적용받기 위한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관세가 원가 절감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