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의 국가 회수를 두고 법원 조정이 3차례 열렸으나 결렬됐다. 대구지법 상주지원 민사합의부(재판장 신헌기 지원장)는 지난 23일 세 번째 조정위원회를 열었지만 진전이 없자 더는 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씨는 이번 조정위에서 “낙동강 변 의성군에 박물관을 지어 상주본을 보존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조정위는 “배씨 주장은 상주본을 자기 소유 아래 박물관에 보존하겠다는 것으로 더는 협의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또 “상주본을 상주가 아닌 의성에 갑자기 유치하겠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배씨가 상주본을 내놓는 조건으로 특정 금액을 제시해야 조정이 가능한데 끝내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정이 더는 어렵다고 판단해 다음 달 9일 결심재판을 열어 최종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재판에서 선고할 예정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선고공판에서 배씨가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배씨는 이에 대해 “기각 판결이 나오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문화재청)는 배씨가 소유한 상주본을 회수하기 위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다만 상주본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해 강제집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아 자연 훼손되는 점과 배씨가 혹시 상주본을 파손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보급 유산인 상주본이 공개된 지 9년이 지났지만, 배씨가 소재를 밝히지 않는 바람에 바깥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