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장수 제품이 많은 식음료 업계에서 익숙함은 강점이자 약점이다. 대중의 입맛도, 식습관도 시대를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나날이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아무리 대중적인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식음료 업계에 최근 거센 리뉴얼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다. 라면이나 조미료·커피 등 대표적인 장수 제품들도 앞다퉈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맛과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그래 이 맛이야”라는 광고 카피로 ‘엄마의 찌개 맛’을 표방했던 CJ제일제당의 다시다는 요리를 할 줄 모르는 젊은 층을 위한 1회용 만능 양념으로 변신했다. 최근 갖은 양념을 한데 넣어 주재료만 있으면 맛있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다시다 요리의 신’을 출시한 것. 요리 경험이나 시간이 부족한 바쁜 현대인과 1~2인 가구를 겨냥해 양념 재료를 별도로 계량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다.
지난 2011년 나온 이래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대표적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동서식품의 맥심 카누 역시 이달 ‘맥심 6차 리스테이지’를 통해 카누의 품질과 패키지를 업그레이드했다. 이번에는 깊은 커피향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따라 새롭게 ‘향 보존 동결기술’을 도입, 대폭 강화된 원두의 진한 향기를 담았다. 동서식품은 4년마다 전 제품을 리뉴얼하는 리스테이지 시스템으로 고객들의 니즈를 제품에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농심은 깊은 해물맛과 쫄깃한 면발로 1992년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모아온 라면 ‘오징어짬뽕’을 출시 25년 만에 새롭게 리뉴얼해 선보였다. 오징어의 풍미는 더하고 면발은 굵어진 것이 특징이다. 동원F&B는 프리미엄 유가공 브랜드를 ‘덴마크’로 통일해 가공유 시장의 강자를 노린다. 기존 덴마크밀크와 덴마크치즈를 통합해 신선함을 강조한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고전 명화를 우유팩에 넣은 가공유 ‘덴마크 명화시리즈’도 최근 출시 10주년을 맞아 패키지를 개편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익숙한 것을 즐기면서도 새로운 것에 열광한다”며 “앞으로도 기존 고객들을 지키고 새로운 젊은 고객층을 유입시키기 위한 식음료 업계의 리뉴얼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