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팝컬처-영화 리뷰 '토르 : 라그나로크'] 돌아온 천둥의 신…이번엔 웃음의 신

역대 마블 영화 시리즈 큰 성공에도

'토르' 시리즈만 부진한 흥행성적 기록

"이번엔 역대 최고 작품 탄생" 호평

천덕꾸러기서 대표 캐릭터 부상 기대

헐크와 의기투합 독특한 '케미' 뽐내

여성 빌런 헬라 등 새 캐릭터도 신선

토르·로키의 '현실 형제'도 웃음선사

우주 배경의 독창적인 비주얼도 눈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 중 가장 인기없는 ‘토르’ 시리즈. 국내에서도 ‘아이언맨3’(2013·900만여명),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4·1,049만여명) 등 마블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유독 ‘토르’ 시리즈는 흥행 성적이 부진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토르 : 천둥의 신’은 169만 여명, 2013년작 ‘토르:다크 월드’는 303만 9,000여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것. 그러나 ‘토르’의 세 번째 이야기 ‘토르:라그나로크’(감독 타이카 와이티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4년 절치부심이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으로 토르가 그간의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벗어나 마블의 대표 캐릭터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북미에서는 시사회 후 “토르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 탄생”, “시리즈 사상 가장 새롭고 강력한 이야기” 등 폭발적인 호평이 이어졌다.

북미 언론의 이 같은 극찬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들갑이거나 과장은 아니었다. ‘토르:라그나로크’는 개봉 당일인 지난 25일에만 41만5,318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 ‘노잼’의 대명사인 토르가 이같이 사랑받는 데는 토르와 우리에게 친숙한 헐크가 의기투합해 의외의 ‘케미’를 만들어내며 마블식 유머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데다, 헬라 등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신선함까지 갖춘 덕이다.





우선 ‘토르 : 라그나로크’의 얼개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누나이자 죽음의 여신인 헬라(케이트 블란쳇)가 오랜 봉인에서 깨어나 신의 세계인 아스가르드를 침략하고 토르가 새로운 전사들로 팀을 꾸려 헬라에 맞서는 마블의 전형적인 이야기 공식을 따른다. 헬라가 오랜 봉인에서 깨어나는 단초를 제공한 이는 로키(톰 히들스턴)다. 로키는 그의 양아버지이자 토르와 헬라의 친아버지인 오딘(안소니 홉킨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아스가르드의 왕 자리에 오른다. 아스가르드를 침략하는 헬라에 맞서다 토르는 그의 분신인 망치 ‘묠니르’가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지자, 절망에 빠진다. 게다가 헬라에 쫓겨 떨어진 낯선 행성에서 강제로 머리카락을 잘리고, 검과 방패를 든 검투사가 돼 검투장 한가운데 놓인다. 이제부터 우리가 알던 장발의 토르는 없고 짧은 머리의 토르가 등장하는 것. 그리고 드디어 이 결투장에서 토르와 헐크(마크 버팔로)가 한판 대결을 펼치고 이후 둘은 ‘절친’이 돼 독특한 ‘케미’를 만들어내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이를테면 토르가 헐크에게 “멍청이”라 약 올리면 헐크가 토르를 박살 낼 것 같지만 오히려 헐크는 그 큰 덩치로 아기처럼 발을 구르며 “흥”하고 삐치는 등 귀엽기 짝이 없는 모습을 연출한다. 여기에 헐크 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의 1인 2역도 웃음을 더한다. 박사학위만 7개를 가진 배너 박사가 헐크로 변신했던 것. 헐크에서 배너 박사로 돌아온 이후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의 짝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서는 객석이 폭소로 뒤집어질 지경이다. 이 외에도 토르·로키 형제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현실 형제’의 모습을 연출해 웃음을 만들어 낸다. 이를테면 오랜만에 대화할 기회가 생기자 이들은 서로에게 “우리 가족에게 대화는 어울리지 않아”라며 시큰둥해 한다. 여기에 ‘닥터 스트레인지’의 닥더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깜짝 등장 또한 반가움을 선사해 국내 관객에게 자칫 낯설 수 있는 토르를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최초이자 최강의 여성 빌런(악당)인 헬라와, 미스터리한 여전사 발키리(테사 톰슨) 역시 눈길을 끈다. 헬라는 토르의 누나이자 죽음의 여신으로 토르의 힘의 원천인 망치를 한 손으로 박살 낼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뽐내는데, 그의 아버지인 오딘조차 통제할 수 없을 정도다. 여성 빌런이 헬라라면 토르의 편에 서는 새로운 여성 히어로 발키리는 적재적소에 등장해 영화의 강약을 조절하며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마블 시리즈의 가장 커다란 미덕은 유쾌함과 재미다. 그러나 ‘토르 : 라그나로크’의 유쾌함과 재미가 너무 가벼워 훨훨 날아가지 않게 무게를 잡는 건 오딘의 대사들이다. 이를테면 헬라에 의해 망치가 산산조각 난 토르가 실망하며 자신은 이제 힘이 없다고 하자 오딘은 “망치는 너의 힘의 원천이 아니라, 너의 힘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진정한 힘은 자기 안에 있음을 일깨운다. 백성들을 위해 아스가르드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믿는 토르에게는 “아스가르드는 장소가 아니다, 백성이 있는 곳이 아스가르다”라며 국가와 민족 그리고 리더십에 대해 말한다. 오딘의 이야기는 어쩌면 뻔하고 낯간지러울 수 있지만 이런 대사가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데운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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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라그나로크’는 우리가 마블 시리즈에 거는 기대 또한 충분히 채워줬다. 특히 토르의 고향 아스가르드 행성이 웅장한 게 특징이라면 사카아르 행성은 다채롭고 독창적인 비주얼로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사카아르 행성은 복고와 공상과학(SF)의 상상력이 결집된 기발한 비주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새로운 행성에서 펼쳐지는 마블 히어로의 모습을 담은 만큼 방대한 세트 규모와 로케이션도 토르 세 번째 시리즈의 장점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사상 처음으로 호주뿐만 아니라 남반구 전반을 촬영지로 택했는데 호주 브리즈번과 퀸즐랜드 탬보린 국립공원, 더크 하토그섬 등의 이색적인 풍광이 시선을 끈다. 광활하고 웅장한 아스가르드 광장, 사카아르 행성 등을 만드는 데는 무려 461명이 투입됐다.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코리아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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