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싱가포르 좀 배워라”…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쓴소리 쏟아낸 외투기업

암참·일자리委 간담회

“법인세 낮아 기업들 몰려…韓은 규제가 일자리 발목”

“싱가포르 공무원은 비즈니스 파트너…한국은 기업 위에 군림”

정부 실무자 기업고충 귀 기울여

외국계 亞본부 싱가포르로 발길

中도 시장이 직접 연구센터 유치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

금융 지원 등 인센티브 확대

투자유치 종합대책 연내 발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제임스 김(오른쪽 두번째) 암참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제임스 김(오른쪽 두번째) 암참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투자·규제정책에 대해 쓴소리와 하소연을 함께 쏟아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Korean Unique Standards)는 외국 투자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외투 기업의 한 대표는 “5년 전에 풀어달라고 요구한 규제 완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소속 외국계 기업 대표들은 26일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 쓴소리를 쏟아내며 적극적인 투자 유인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암참에서 최선의 지원을 다 하겠다”고 전제한 뒤 “한국에만 있는 규제 때문에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규제가 걸림돌이 돼 일자리 창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투 기업이 한국을 투자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국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간담회가 열기를 더하면서 기업 대표들은 작심한 듯 정부의 인식변화와 정책의 방향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료 관련 외투 기업의 한국지사 대표는 최근 연구센터 유치를 중국에 빼앗긴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중국 상하이 시장이 공무원 20여명을 데리고 미국 본사를 직접 방문해 연구센터 유치를 설득했다”며 “상하이 시장은 연구센터를 중국에 유치하는 것이 그들의 꿈이라고 절절하게 호소했다”고 전했다.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국 정부가 한국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얘기다.

외투 기업 대표들은 간담회에 참석한 이용섭 부위원장과 정부 관료들에게 “싱가포르 정부를 배워라”고 조언했다.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낮고 세제혜택이 많아 외국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연구개발(R&D) 세제 혜택을 줄이고 법인세 인상에 나서고 있는 한국과는 딴판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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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기업이 싱가포르를 투자지역 ‘선진 모델’로 꼽는 데는 남다른 행정부의 마인드도 한몫하고 있다고 했다. 참석기업의 한 대표는 “최근 외국 기업들이 아시아본부를 일본에서 싱가포르로 점점 옮겨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 실무자들에게 전화하면 언제든지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 고충을 들어준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를 들이대며 기업 위에 군림하거나 시급한 사안에도 절차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기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들린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한국은 아이디어와 기술은 많지만 중국에 비해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중국·싱가포르보다 더 좋은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해외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정부 사례가 나왔다.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일자리 창출 성과에 따라 세금혜택을 차등적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매번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실상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는 뼈아픈 충고도 나왔다. 참석기업의 한 대표는 “한국에서 일하며 규제 완화를 포함해 많은 것을 제안했지만 지난 5년간 바뀐 것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이 부위원장은 “이전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의지가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답변했다.

간담회에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제나 정규직 확대정책과 직결된 기업들도 많이 참석했다. 보험설계사나 아르바이트 비중이 높은 프랜차이즈 기업 대표들은 업종 특성과 근로자 자발성을 고려해 법 추진 과정에서 예외사항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외에 외투 기업이 더 많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국내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투 기업들의 쓴소리와 정책제안을 전해 들은 이 부위원장은 “이르면 올해 안에 투자유치제도 종합개편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며 “큰 방향만 말하자면 투자유치제도를 고용 효과 중심으로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입지·재정·금융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 강화 방안을 현재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규제혁신과 융복합 촉진 등을 통해 친환경, 스마트카, 자율주행차, 정보통신기술(ICT) 신산업, 드론, 스마트시티 등 미래혁신산업에 대한 지원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과 의료관광, 마이스(MICE), 문화, 교육 등 고부가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외투 기업 관계자들 앞에서 “한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해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기업의 해외투자가 353억달러인데 비해 외국 기업의 대한국투자는 106억달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약 10년 동안 한국 제조업이 외국에 나가 만든 일자리가 110만개인 반면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만든 일자리는 7만개에 불과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부위원장은 외투 기업들의 ‘북핵 리스크’ 우려에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여러 우방과 긴밀한 안보협력관계를 유지해 한치의 불안도 없도록 해결해나갈 것”이라며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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