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콜레라균 같은 생물작용제를 취급하는 기관이 제조·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고발당한 사례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만 6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보유량 기록을 일부 누락하거나 안전·보안 관리가 미비한 사례도 상당수 적발됐지만 시정 요구 처분을 받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발 조치가 이뤄진 경우에도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나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생화학무기금지법 위반 관련 고발 및 처분 결과’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2~2017년 9월까지 총 12개 기관을 고발 처리했다. 생물작용제 제조·보유 신고를 하지 않거나 수입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9월 기준으로 콜레라·탄저균 등 생물작용제를 제조 및 보유하는 기관은 총 91개다. 생물작용제는 생물테러의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뿐더러 극히 소량만 유출돼도 국민 안전에 심대한 위험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같이 축산업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종도 포함돼있기에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에 산업부는 생화학무기금지법에 따라 이들 기관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법 위반 사례가 적발돼도 대부분 시정 요구 차원에서 끝날 뿐만 아니라 고발 처리가 돼도 기소유예나 증거 불충분으로 인해 ‘혐의 없음’ 처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산업부는 올해 총 55개 기관에 대한 정기 점검을 실시했다. 이 중 2개소는 제조 신고를 않아 고발 처리됐고 38개소는 장부기록 개선, 안전·보안 관리 개선 등의 시정 조치를 받는 선에서 끝났다. 고발 처리 결과를 살펴봐도, 2012~2017년 9월까지 산업부는 총 12개 기관을 생화학무기금지법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7건은 기소유예, 2건은 혐의 없음 처리됐다.
권 의원은 “위험한 바이러스 등을 다루는 기관들이 수입허가를 받지 않거나 제조, 보유신고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관리장부를 만들지 않아 고발된 사례도 다수가 있다”면서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으로 그치고 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화학 무기로 제조될 수 있고 국민건강에도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위험한 균에 대해서는 관리기준이 더 엄격해져야 할 것이며, 이와 관련된 처벌기준도 더 강화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