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금속기계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A사는 공장증설 계획을 중단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증설을 추진했지만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기존 대출 30억원에 더해 추가 대출을 받을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A대표는 “이달은 추석연휴로 공장 가동률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명절상여금 지급과 공장 증축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대출만 믿고 있었다”며 “제2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금리가 8.5%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이후 시중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가계나 기업 모두 금리 인상의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특히 신용대출과 중소기업대출 금리 오름세도 이어지면서 다중채무자와 영세자영업자·중소기업의 차환이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격히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사처럼 일부 중소기업은 높아진 대출금리로 공장 증설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와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금리 상승은 제2금융권 대출금리와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상 등 도미노로 이어지고 있다. 1년 미만으로 대출 돌려막기를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금리상승분이 그대로 전가되면서 상환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에 따르면 수익성 악화로 이자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한계기업의 빚은 156조원에 이른다. 한계기업 수도 2010년 2,400곳에서 2015년 3,278곳으로 크게 확대됐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제2금융권 대출부터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중소기업은 매출저조 등으로 돈을 빌리고 싶어도 빌리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B중소기업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매출액 등 재무제표 위주의 대출관행으로 우리 같은 영세 소상공인들은 기존에도 저금리 대출이 어려웠지만 최근 금리 인상 분위기가 생기면서 금융권에서 신규 대출을 기피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면 비우량등급 기업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신관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한계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과거처럼 ‘연명’에 초점을 맞춰 정책자금을 퍼주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며 옥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기업 양극화가 큰 상황에서 채권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압박해야 한다”며 “중기 정책자금이 과다하게 뿌려진 측면도 있어 (지원을 할 때 하더라도) 목적이나 기준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뿐 아니라 가계 부문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KB·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 달 사이 0.3~0.4%포인트가량 높아졌다. 특히 10명 중 7명이 변동금리를 택하고 있어 가계의 이자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 오를 경우 대출자의 연체확률은 0.040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주담대 금리가 한 달 만에 0.4%포인트 상승했지만 예금금리는 대부분 여전히 1%대로 제자리걸음을 해 투자차익을 노리는 시중자금의 급격한 이동도 예상된다. /황정원·백주연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