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원90전 떨어진 1,114원5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원·달러 환율은 이번 주 들어서만 16원이 내렸다. 경제성장률·수출·소비심리 등 국내 경제지표도 호조를 보이면서 최근 원화는 한껏 힘을 받고 있다. 전날 발표된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전체 산업생산이 0.9% 증가하고 소매판매(3.1%), 설비투자(5.5%)까지 ‘트리플’ 증가를 시현했고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4%로, 2010년 2분기(1.7%) 이후 최고를 찍었다. 나흘째 계속된 외국인 증시 순매수에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원화 자산에 대한 외국인 자금의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 증권시장에서 3,05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북한 리스크,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등 우리 경제를 둘러쌌던 불확실성이 하나둘 걷히는 점도 원화 강세를 거들고 있다.
이뿐 아니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제롬 파월 연준 이사를 지명할 것이라는 점이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엔화는 나날이 힘이 빠지고 있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9원18전으로 마감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7원68전 떨어졌다. 지난 2015년 12월 30일(974원8전·종가 기준)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최근 아베 신조 총리의 총선 승리로 촉발된 엔저는 31일(현지시간)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서 ‘나 홀로’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감에 따라 한층 심화 됐다. 강력한 양적 완화를 표방하는 아베노믹스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도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 경제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수출에도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본에 소재·부품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경쟁력, 환리스크 등의 부담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엔화를 원화로 바꿀 때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손에 쥐게 되는 돈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엔저는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은 평균 4.6% 감소한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5% 더 떨어지면 수출은 1.4% 줄고 성장률은 0.27%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엔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엔화 약세와 상대적 원화 강세가 추세적인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원·엔 재정환율은 당분간 900원대 후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