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중앙은행(BOE)이 10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결정에 이어 BOE마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렬이 본격화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BOE는 통화정책위원회(MPC)를 마친 후 찬성 7, 반대 2로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BOE가 지난해 8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투표 충격의 여파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25%로 낮춘 후 1년여 만에 단행된 것이다. 또 BOE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07년 7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BOE는 이날 만장일치로 국채와 회사채 매입 규모를 각각 4,350억파운드, 100억파운드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BOE는 성명서를 통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9월 3%로 올라섰다”며 “10월에도 인플레이션이 3%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목표치인 2%를 넘어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BOE의 기준금리 인상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속속 돈줄 조이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연준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1.25%로 동결하면서도 “허리케인으로 인한 일부 경제활동의 차질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다음달에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ECB도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자산 매입 규모를 월 300억유로로 줄이는 대신 매입기간은 9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BOE의 기준금리 인상은 주목할 만한 선택”이라며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향후 3년간 1.7% 정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직후 평균 경제성장률인 2.5%를 밑도는 수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BOE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조치가 본격적인 긴축 시동이 아니라 지난해 브렉시트 직후 단행한 금리 인하 조치를 정상화하는 일회성 이벤트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BOE는 이날 성명에서 “브렉시트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상당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활동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