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 720만 재외동포는 우리의 자산이다

이영선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관장

해외동포는 현지와 모국 잇는 가교

브라질 남부 장악한 이탈리아계처럼

우리 교포들도 현지창업 열정 불태워

이영선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관장


얼마 전 파라나·히우그란지두술·산타카타리나 브라질 남부 3개주의 분리 독립 여론이 있어 우리의 주목을 받았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브라질 3개주의 분리 독립 움직임은 훨씬 전부터 있었다. 25년여 전 산타카타리나주 주민들은 브라질 남부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지만 인프라·보건·교육 등의 공공 서비스 혜택을 못 받는다는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한 불만은 지난해와 올해 두 번의 비공식 주민투표로 이어졌고 각 투표는 첫 번째 95.74%, 두 번째 97.21%라는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기세의 분리 독립 운동은 갈수록 규모와 강도가 커지고 있고 남부 지역은 브라질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에 해당한다. 정치 혼란, 지속되는 경제 침체와 맞물린다면 브라질 전역에 큰 파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남부 지역은 브라질 전 국토 면적의 7%, 총인구의 약 14%를 차지한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의 유럽 이민자가 많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가 있는 남동부에 이어 2위의 경제 핵심 지역이다. 브라질 최대의 곡창지대이자 선진국에 버금가는 사회·경제 구조를 갖췄다. 교육 수준이 높고 문맹률, 범죄율, 교통 혼잡, 사회 불평등 등이 낮다.

0315A27 글로벌현장에서


이곳에 이탈리아 이민자가 많은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가 산업화 초기였던 19세기 가난과 사회적 혼란에 시달리자 이탈리아 농민들은 넓은 땅과 일자리가 있는 아메리카로 눈을 돌렸다. 당시 브라질은 노예무역이 금지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졌다. 1880~1900년 100만명에 가까운 이탈리아인이 브라질에 도착했다. 이들은 히우그란지두술, 산타카타리나주 등 브라질 남부에 주로 정착했다. 현재 브라질 전역에 사는 이탈리아계 인구는 2,500만명이다.


남부 지역 경제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독일계와 더불어 이탈리아계 유수의 제조 업체가 있는 것이다. ‘Marcopolo(버스)’ ‘Randon(트럭 화물칸)’ ‘Tramontina(주방용품)’ ‘Todescini(가구)’ ‘BRF(육류)’ 등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식품회사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육가공기업인 BRF는 남부의 작은 주 산타카타리나에 살던 이탈리아 이민자 가족들이 1934년 차린 작은 양계장이 시작이다. 당시 원주민들은 집 뒷마당에 닭을 풀어놓고 기르고 있었다. 지금 남부는 브라질 최대의 닭고기 생산지가 됐다. 이후 양계업은 1908년 일본인들이 브라질에 이민 오기 시작하면서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으로 확산됐다. 일본계 ‘Bastos’사는 브라질 달걀 생산의 20%를 공급할 정도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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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계는 농업기술도 브라질에 가져왔다. 인구 50만명의 카시아스두술에서는 브라질에서 가장 많은 포도와 포도주를 생산하는데 ‘AURORA’ 브랜드의 포도주는 유명하다. 이민자들은 브라질 이민 초기부터 협동조합을 만들어 단결했다. 조합을 통해 농기계·기술 등을 협동 또는 공유했다. 이러한 협동조합은 오늘날 1,100개가 넘고 조직 프로세스 또한 합리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열 가지 이상의 브랜드와 광범위한 제품으로 브랜드의 다양성을 인정받아 와인 생산과 판매를 넘어 관광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이민자의 기술 전파가 브라질을 여행하는 와인 애호가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지역으로 여겨질 수 있게 된 시발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탈리아계의 이민자들은 모국의 산업·농업 체계를 브라질에 이식했다. 기술·장비 등을 가져왔다. 비즈니스 방식도 모국을 따랐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다른 지역과 달리 남부의 한 도시인 카시아스두술에 있는 산업연맹에는 산업별 조합이 하위조직으로 있다. 모국인 북부 이탈리아의 산업에는 가족 단위의 소기업이 많아 완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다른 소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 산업별 조합이 발달해 있는 것처럼 이민자들도 이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1901년 설립된 이곳 산업연맹의 회장은 이탈리아계가 장악하고 있다.

해외 동포는 그들이 사는 나라와 모국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는 모국과의 교류를 활성화해 경제 영토를 넓힌다. 그들은 모국에서 살기가 어려워 해외로 떠났지만 마음은 항상 고향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9월 상파울루 외곽 도시에 한국 교포가 운영하는 축구연수원에서 브라질에 사는 한인 교포 청년 20명이 모였다. 세계한인무역협회(OKTA)가 주최하는 창업 스쿨에 참석해 브라질에서 창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의 창업 품목은 한국과 밀접하다. 한국산을 수입해 브라질에 판매하거나 한국에서 유행한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SW)나 앱을 브라질 실정에 맞게 수정해 브라질 시장에 다시 선보이는 창업 모델이 유망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960년대부터 브라질에 이민 와 브라질 여성의류 시장의 70%를 점유할 정도로 여성 봉제업을 키운 선배들의 영광을 이어갈 것이다. 720만 한인 재외 동포는 우리의 자산이다.

이영선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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