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동남아 관광객에 첫 ‘무비자 입국’ 허용…관광시장 다변화 본격화

정부, 방한 관광시장 활성화 방안 발표

정부가 처음으로 동남아 관광객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 줄이기를 본격화함과 동시에 침체된 관광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3일 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법무부·해수부 등 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방한 관광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양양공항에 입국하는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3개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내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일시적인 조치라도 정부가 동남아 관광객에 무비자 입국을 열어준 것은 큰 변화라는 지적이다. 동남아인들은 한국에 불법 체류하는 경우가 많아 관광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남아·중국인에 대한 복수비자도 확대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한 번 이상 방문한 경력이 있으면 복수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한 것. 복수비자는 한 번 비자를 받으면 일정 기간 안에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는 비자다. 발급 요건은 의사 등 전문직이거나 일정 기준 이상 소득이 있는 경우 등으로 까다로운 편인데 이번에 비교적 문턱이 낮은 ‘OECD 국가 방문 경력’ 기준을 추가했다. 이 기준은 과거 중국인에 일시적으로 시행했었고 동남아 국민에 적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동남아 관광객에 대한 문호를 확대한 데 대해 “관광 시장 침체가 심각하고 중국 관광객 외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한국 방문한 관광객은 지난 9월까지 994만명으로 1년 전보다 23.5% 감소했다. 2011년 이후 매년 계속되던 오름세가 꺾인 것이다. 이른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 컸다.


최근 관계 개선이 이뤄진 중국에 대한 지원도 늘린다. 단체관광객에만 허용하던 크루즈선 탑승객 무비자 입국 혜택을 개인 관광객에까지 확대했다. 다만 이 혜택은 법무부가 지정한 크루즈선을 탄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선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횟수는 791회로 여기 탑승한 관광객은 195만명에 이른다. 이밖에 내년 중국 상해에 ‘한국의료 거점센터’를 늘려 의료관광객을 적극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센터는 중국 내 한국 의료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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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안엔 내년 2월 9일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도 담겼다. 우선 올림픽 기간 중 외국인 관광객에 철도 이용·쇼핑 등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속초항에 2척의 대형 크루즈를 정박시켜 올림픽 기간에 크루즈 객실에 숙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평창·강릉 등 올림픽 개최 도시와 속초·동해·원주 등 도시 간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혁신적인 관광벤처기업 발굴하고 건강·휴양·뷰티·스파 등이 결합된 웰니스관광도 활성화해 나갈 방침이다.

법무부는 동남아 관광객 혜택 확대로 불법 체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무비자 입국의 경우 단체 관광객 전담 여행사를 지정해 불법 체류를 방지할 수 있다”며 “복수비자 관련 OECD 국가 방문 경력 요건에서도 비자발급이 쉬운 나라에 대한 방문은 혜택을 제외하는 장치를 뒀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안보 관련 문제 등으로 방한 관광객 숫자가 감소했다”며 “이런 대내외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번 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시장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루트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기자, 나윤석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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