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브리핑+백브리핑] 레바논 총리 "암살 위협"…사우디 방문 중 전격 사임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에 암살 위협을 느낀다며 전격 사임했다.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이날 아랍권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직전과 비슷한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내 목숨을 노리는 음모가 진행되는 것을 감지했다”고 이같이 밝혔다. 하리리 총리는 이어 “레바논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정치적 통제로 고통받고 있다”며 “불행히도 이란이 우리 내정에 개입하고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암살된 하리리 전 총리는 그의 아버지로 지난 1992~1998년, 2000~2004년 두 번에 걸쳐 레바논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2005년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정당이자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의 추종자들로 의심되는 이들의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하리리 총리는 아버지의 후광과 사우디의 지원에 힘입어 레바논의 수니파 세력을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 헤즈볼라와 손잡은 시아파의 미셸 아운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며 총리에 올라 통합내각을 이끌어왔다.



■이란·헤즈볼라 위협 발언 왜


사우디·이란 중동 패권타툼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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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력 매개 ‘대리전’ 나선 듯


지난해 12월부터 레바논 정파 대부분을 포괄한 통합내각을 이끌고 있던 하리리 총리가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이들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위협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중동에서 사우디와 이란 간의 치열해진 패권 다툼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레바논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수니파와 시아파 정치세력을 매개로 일종의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미 나이더 레반트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 정당을 포괄하고 있는데 하리리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결정은 이들의 합법적 대표성을 약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며 “사우디가 (레바논에서) 이란을 겨냥한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하리리 총리의 사임 배후에 미국과 사우디가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하리리 총리의 사임은 레바논과 중동에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이라며 “그의 이란 관련 발언은 근거도, 근본도 없다”고 주장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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