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이윤 추구가 아닌 직원과 고객 모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조영탁 휴넷 대표가 지난 2003년 구상한 ‘행복경영’의 개념이다. 15년간 직접 회사에서 행복경영을 실천해온 조 대표는 그동안 느낀 점을 하나하나 사례로 풀어 책 ‘행복 컴퍼니 휴넷 스토리’에 담아냈다. 이상적인 개념으로 인식되던 행복경영은 실제로 기업과 직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책 출간을 기념해 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6일 서울 구로구 휴넷 본사에서 만난 조 대표는 “이익에 급급하기보다 직원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가치 있고 좋은 말인 건 알겠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반문해왔다”며 “단순한 이상향이 아닌 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경영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행복경영을 적용한 후 휴넷은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업무를 맡겨 행복한 회사생활을 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한 결과 생산성이 높아진 덕이다.
조 대표가 강조하는 행복경영의 핵심은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주인의식’이다.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있고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휴넷에 적용해보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회사 업무에 바로바로 적용될 수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나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어요.”
휴넷의 무제한 자율 휴가제는 조 대표가 말하는 ‘주인의식’이 가장 잘 발현되는 제도다. 직원 스스로 자유롭게 기간을 정해 휴가를 쓴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실제로 경영에 적용해보니 지정 휴가제를 시행할 때와 전체 직원들이 사용하는 휴가 일수에 차이가 없다. 오히려 시간 사용의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져 생산성은 더 높아졌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회사가 직원을 믿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조 대표는 “회사와 상사가 나를 믿어준다는 신호를 직원이 받게 되면 스스로 업무 성과를 높이게 된다”며 “행동이나 발언을 통제받고 상사의 눈치를 보는 조직에서는 직원이 비자발적으로 업무를 해내기 때문에 성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믿어주면 주인의식이 생겨 알아서 잘하는데 통제하면 한마디로 머슴이 되니까 직원들도 업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휴가만을 기다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업무 성과도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으로 진행한다. 절대평가로 바꾼 후 부서와 직원들 간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상대평가 방식을 채용할 때는 동료를 눌러야만 본인이 A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보 공유도 잘 안 되고 협업이 없었다. 조 대표는 “동료가 공동 협력자로 서로 응원하는 존재가 될 때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아진다”며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앞으로도 행복경영을 실천하며 현장에서의 성공 사례를 계속 보여줄 계획이다. 이번에 책을 내면서 외부 서적이나 인터넷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오롯이 본인이 경영에 적용한 사례들을 분석해가며 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기업에서 ‘행복’과 ‘성과’는 별개의 개념으로 인식돼왔다”며 “행복한 일터를 만들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실제 경영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