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신흥국 재테크 지도-<상>저가매수 유혹 '터키국채']연 10% 수익 매력...정치불안은 리스크로

펀더멘털 양호·긴축정책 유지

'러·브' 채권 이을 상품으로 주목

"해외채권은 환상품으로 봐야"

미국·독일 등과 외교관계 악화

리라화 가치 출렁 '환변동' 주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 금리 인상을 예고한 후 글로벌 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3.0%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 기준금리 역시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채권투자자는 자산 리밸런싱을 요구받는다. 일부는 신흥국 로컬국채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하면서도 달러 표시 채권이 변동성이 작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처럼 엇갈리는 전망 속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받게 되는 개별 국가의 거시경제와 정치적 상황 진단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기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며 신흥국 투자전략을 점검한다.-편집자주






“유로가 아닌 터키 리라화로 발행된 유럽투자은행(EIB) 채권의 세전 수익률이 연 10%에 달합니다. AAA의 높은 신용등급에도 리라화로 발행돼서 수익률이 높습니다.”

최근 인터넷 재테크 카페 등의 인기 상품이 터키 채권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가격이 떨어진 터키 자산을 매력적인 신흥국자산으로 분류했다. EIB 채권의 액면금리는 8.75%. 현재 유통금리는 AAA 신용등급으로 12.3%이다. 투자은행으로서 터키의 자금조달을 위해 리라화로 발행된 은행채로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며 개별 국채의 달러화 채권과 현지 통화로 발행된 로컬채권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EIB 채권이면서도 리라화로 발행된 일종의 하이브리드 채권에 투자자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인기를 끌어온 브라질과 러시아 채권을 이어갈 새로운 상품군으로 터키를 비롯해 신흥국 채권을 발굴하고 있다. 증권사 해외채권 담당자는 “해외채권은 채권이라기보다는 환상품이라점을 잊지 않는다면 투자의 어려움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고 말했다. 주식과 달리 채권투자는 업사이드 포텐셜(upside potential·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을 포기하는 대신 다운사이드 리스크(downside risk·손실을 입을 위험)를 최대한 피하고 안정적인 원리금 회수를 목표로 한다. 즉 해외채권은 채권투자의 본질적인 성격과는 달리 환투자상품으로 접근해야 손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투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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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해외채권 수익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의 선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특히 대부분의 신흥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부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해외채권 투자 결정요인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 10% 수익을 추구하는 신흥국 로컬채권은 정치적 이슈에 따라 환율이 흔들리는 순간 50%까지 순식간에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터키 리라화는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으며 지난 3일 달러당 3.82리라까지 올라 있다. 리라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터키 국채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속절없이 환차손을 입고 있는 형편이다. 달러·리라 환율은 올해 1월 중순 3.94리라로 정점을 찍은 후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지난달 초 미국과 터키가 상대국에서 비(非)이민 비자 서비스를 전격 중단했다는 소식 이후 출렁이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8.0%로 붙잡고 긴축정책을 내년까지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미국과의 외교 문제로 환율 하락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독일이 독일재건은행(KfW)·EIB·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대(對)터키 지원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리라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터키정부가 나서서 “최근의 환율은 터키 경제의 실제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정치 문제가 환율안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터키는 7월 군사 쿠데타가 실패한 뒤 군인과 공무원·언론인 등의 쿠데타 배후세력 색출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대규모 숙청과 체포 등 인권침해 우려에 숙원이었던 유럽연합(EU) 가입도 어렵고 북대서양조합기구(NATO·나토) 회원국 지위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승호 하나금투 클럽원 금융센터 상무는 “해외채권 상담요청이 있으면 국내 외국환 은행과 외국 은행을 통해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다시 해당국 통화로 두 차례 헤지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냐고 확인한다”며 “해외채권은 100% 환위험에 노출된 상품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재무건전성과 경상수지·경제성장률이 장밋빛이라도 정치적인 이슈와 향후 개선방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해외채권 투자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11월 해외채권 투자보고서를 통해 정치 리스크가 큰 국가로 터키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체코를 꼽고 투자 ‘중립’ 의견을 내놓았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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