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은 교육과 휴양 등 사용 목적이 뚜렷한 건축물이다. 목적이 분명한 건축물일수록 건축가들의 실력이 제대로 드러난다. 건축가로서의 욕심과 건축주의 현실적인 요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 건축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선보여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 연수원 상당수가 모양이 번지르르하지만 기능적으로는 다소 부족하거나, 기능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지만 미학적 관점에선 높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민간부문 대상을 수상한 ‘현대해상 하이비전센터’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작품은 교육 중심의 연수원이라는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건축적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방도리에 위치한 현대해상 하이비전센터의 기본 콘셉트는 ‘숲을 담은 연수원’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주변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구현하고자 했다. 설계 실무를 맡은 박재완 정림건축 설계본부 디자인파트너는 “건축물은 일단 지어지고 나면 건축물이 담고 있는 공간은 사라지고 형태만 남게 되는데 이는 빌딩이라는 오브제가 가진 한계”라며 “현대해상 하이비전센터는 숲을 담은 연수원이라는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건축물을 짓는다는 생각보다는 숲과 만나는 장소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곤지암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연수원 내부로 유입시키기 위해 ‘ㄷ 자형’으로 건축물을 배치했다. 어디까지가 연수원이고 어디까지가 숲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연수원이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 스며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물리적인 지형의 한계를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적극 활용했다. 부지 면적이 1만 8,108㎡로 협소한데다 지형의 단차가 건물 4개층 높이에 달할 정도로 제약이 많았다. 경사지에 맞춰 교육동과 숙소동을 수평을 맞춰 배치하다 보니 하층부에는 자연스럽게 필로티가 생겼다. 이 필로티는 한국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공간적 특징 중 하나인 누하진입(樓下進入·경사지에 건물을 짓게 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건물 하부를 통해 들어가는 진입부)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보이는 연수원 안쪽과 뒤편의 자연환경은 시각적으로 흥미를 더해준다. 아울러 필로티는 산에서 내려오는 습한 산곡풍이 건물에 정체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바람길이 되기도 한다.
강의동 사이사이 곳곳에 배치한 여러 개의 중정과 지형과 장소의 기능과 연계해 배치한 다양한 형태의 마당들도 건축물 속으로 자연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교육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심사위원단은 “시간이 누적된 기존의 흔적과 지형의 언어를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내외부의 레벨과 시퀀스를 연결시켜 중정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각 레벨간의 연결을 이끌어 내어 다양한 연수기능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건축적 형태, 재료의 사용 및 시공 정밀도, 경사지로 인한 지하공간에서의 중정의 활용, 내부공간의 품질, 외부자연과 내부마당 조경과의 조화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은 작품이며, 요소요소에 디테일이 간결하면서도 시공의 완성도가 아주 높은 훌륭한 건축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