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환자 진찰시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는 의사들




의사가 쓴 구글 글래스는 환자와 대화 중 음향과 영상을 원격 의료 기록으로 옮긴다.

구글의 머리 장착형 증강현실 기기인 구글 글래스는 2015년 이후 사실상 죽은 거나 다름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었다. 그 견해는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구글의 자매사인 ‘문샷 팩토리’는 지난 7월 18일, 지난 2년간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가 기업간 모델로 전환되었다고 발표했다. 개량된 구글 글래스는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보잉, DHL에 보급되었다.


오그메딕스 사의 최고경영자이자 공동설립자인 이언 샤킬은 오늘날 의사를 찾아가는 것은 정말로 비극적인 경험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의 플랫폼을 사용하면 의사는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사용해 환자를 진찰하는 동안, 원격 의료 속기사가 진찰 내용에 기초해 전자식 의료 기록을 해나간다.

샤킬은 오늘날 의사들의 작업 여건이 쾌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의사들은 환자를 직접 보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오늘날의 의사들은 스크린을 보면서 타이핑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그메딕스는 자사 글래스를 착용하면, 환자와 대화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글래스가 수집한 영상 및 음향은 잘 훈련된 의료 속기사에게 전달되고, 속기사는 이를 가지고 전자식 건강 기록을 작성한다는 것이다. 속기사는 캘리포니아에 있든, 인도에 있든, 방글라데시에 있든 상관이 없다.글래스의 통합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의사는 진찰 중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즉, 이 시스템은 첨단 기술 스트리밍 서비스와, 실력이 검증된 인간 기술자를 접목한 것이다. AI와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결합해도 이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샤킬은 속기사의 일은 그냥 들리는 대로 글을 받아적는 것이 아니라,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짜임새 있는 의료 기록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지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의사가 영상 및 음향 신호를 멀리 떨어져 있는 조수에게 전달해 준다는 발상을 꺼림칙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사용 여부를 정하는 최종 권한은 환자에게 있으며, 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관련기사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기 전 의사가 글래스를 사용하고 있음을 고지 받는다. 또한 글래스의 사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도 부여받는다. 그러나 샤킬에 따르면 98%의 환자가 글래스의 사용을 원한다고 한다. 스트리밍 동영상의 경우, 필요할 경우에는 끌 수도 있다. 그리고 동영상 촬영이 진행 중일 때는 녹색 등이 켜져 환자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의사는 음향 전용 모드로 전환해 동영상 없이 속기사에게 정보를 보낼 수도 있고, 시스템 전체를 꺼 버릴 수도 있다.

샤킬에 따르면 오그메딕스는 소비자들에게 ‘익스플로러 에디션 모델’로 알려진 기기를 2013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오그메딕스의 모든 의사들은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샤킬에 따르면 오그메딕스의 전 세계 직원은 1,000명이 넘으며, 그 중 대부분은 속기사 또는 견습 속기사다. ‘디그니티 헬스’ 같은 건강 관리 기구의 권고에 따라 약 1,000명의 의사들이 이 기기를 사용 중이며, 이들은 총 12개의 건강 기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신형 글래스는 더욱 성능이 뛰어난 카메라와 배터리, 연산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개인용 ‘익스플로러’ 시절과는 달리, 현재 구글은 오그메딕스 같이 산업 용도로 사용할 파트너들에게만 팔고 있다. 구글은 DHL 같은 기업들은 이 글래스를 사용해 효율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한다.

샤킬은 “건강관리는 갈수록 팀 스포츠화 되어가고 있다.”라고 말한다. 즉, 진료실에 의사 외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야 할 때도 있고, 전문가들이 건강 관리 기록을 봐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강관리의 역사에서 의사와 환자 외에 누구도 개입하지 못하던 시대는 사실상 지나갔다”고 말한다. 즉, 굿 바이 노먼 로크웰, 헬로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Rob Verger

Rob Verge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