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 가정폭력 피해자 머무는 숙소 침입한 남편 옹호했다"

2일 가정폭력 피해자 머무는 숙소 찾아가

"자녀 보고 싶다"며 피해자 만남 요청한 男

보호시설에서 경찰 신고해 퇴거 요청했지만

경찰 "자녀 보여주라"며 되려 男 편들었다 주장

警 "적용 혐의 없어 함부로 격리 못했다" 해명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424개 여성단체가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의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집회는 100여명의 단체 대표가 참석했다./신다은 기자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424개 여성단체가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의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집회는 100여명의 단체 대표가 참석했다./신다은 기자


가정폭력 가해자로 의심되는 남편이 한밤중에 아내가 묵고 있는 임시 보호시설을 찾아내 침입했지만 경찰이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424개 여성단체는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폭력 피의자로 의심되는 남성이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안으로 침입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피해자와 만나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보호시설은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이 긴급히 피신하기 위해 마련된 임시거처로, 가해자 격리를 위해 거처 주소는 비공개에 부친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2일 가정폭력 가해자로 의심되는 한 남성이 오후 7시께 “자녀 얼굴을 보게 해 달라”며 서울시 소재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안 입구로 들어왔다. 시설 관계자의 퇴거 요청에도 남성이 자리를 떠나지 않자 시설 측은 인근 파출소에 남성을 신고했다. 그 시각 남성도 “자녀를 보고 싶은데 시설 측에서 안 보여준다”며 파출소에 신고를 넣었다.


여성단체는 여기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시설 관계자는 처음 찾아온 파출소 경찰관이 “이 사건은 여청계 사건이라 조치할 수 없다”며 무작정 기다리게 했고,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난 여성청소년 경찰관은 격리조치를 취하는 대신 “남성이 자녀를 보고 싶어 하니 그냥 보여달라”며 오히려 피해자와의 만남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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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경찰이 남성을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부탁마저 거절해 결국 우리가 직접 현수막으로 남성의 시야를 가리고 보호시설 입소자들을 모두 피신시켰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여성청소년계 경찰이 오히려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남성은 가정폭력 전과나 입건 전력조차 없었고 현장에서 난동을 피우지도 않았다”며 “적용할 혐의가 없는데 임의동행을 할 순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측은 할 수 있는 만큼 남성을 멀리 격리시켰지만 뚜렷하게 적용할 혐의가 없어 함부로 끌어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시설 활동가가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후 2시간 만인 9시 30분에야 주거침입에 관한 정황을 말했다”며 “일찍 이야기했으면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파출소 경찰관이 왔을 때부터 주거침입 사실을 설명했다”며 “남성도 파출소 직원들에게 ‘쉼터에 갔다가 나왔다’는 식으로 수차례 말했는데 몰랐다는 사실은 말이 안 된다”고 재반박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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