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미FTA 개정협상]농식품부 " 농산물 세이프가드 뜯어 고칠것" 농산물 또 한번 '화약고' 되나

<10일 한미 FTA 개정 공청회>

농축산물 대미적자 61억弗

낙농업·쇠고기 등 문제 제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농산물이 다시 한 번 ‘화약고’로 부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욱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관련 FTA 협정문을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의 농산물 추가 개방 요구가 없어도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10일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이 같은 골자의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달 한미 양국이 한미 FTA 개정 절차를 밟기로 합의한 후 산업통상자원부가 연구를 의뢰한 것이다. 보고서는 “제조업 추가 개방 시 양측의 잔여 관세 품목이 제한적이고 잔여 관세율도 낮아 (국내 시장에 피해를 입히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최대 쟁점은 농산물 분야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8월 있었던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1차 회의에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 기한을 앞당기라는 요구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통상당국은 농산물 분야 추가 개방은 불가라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농업은 우리에 매우 어려운 것이고 농업을 건드리는 순간 우리는 미국의 제일 민감한 것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미국 측에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농산물 추가 개방 요구와 별개로 우리 정부도 농산물 분야의 불리한 조항을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9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업 부문 무역적자가 61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7조원가량에 달한다”며 “(개정 협상이 시작되면) 우리가 요구할 게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 FTA 개정 이후 농산물 분야의 대미 무역적자는 심화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농림축산물 분야 대미 무역적자는 61억5,500만달러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판 농산물은 7억1,7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들여오는 게 68억7,200만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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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한미 FTA로 피해를 보는 분야가 있는 만큼 세이프가드를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이다. 전상곤 경상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낙농진흥회 의뢰로 진행한 ‘낙농·유가공산업 지속 발전을 위한 FTA 피해 및 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에서 한미 FTA로 국내 낙농업계가 연평균 370억~1,170억원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한미 FTA에 협정문상 낙농업은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이 아니다. 김 장관은 “세이프가드 문제도 발동하기 어렵게 돼 있다. 국내 농업 보호를 피부로 느끼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농식품부는 여차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다시 건드리겠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쇠고기 관세 철폐 기한이 오는 2026년인데 관세 0%로 철폐하는 것은 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 하겠다고는 했지만 일본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결과를 보면 쇠고기 관세는 9%”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도 한미 FTA 개정을 통해 지켜야 하는 게 많은 만큼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경우 이 같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농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할 수 있는데 우리도 미국에 요구할 수 있는 게 많다”며 “미국이 개방하지 않고 있는 해운 시장도 열라고 요구할 수 있고 우리가 10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 시장에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은 이르면 올해 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이날 공청회 이후 국회 보고를 거친 뒤 바로 개정 협상대에 오를 수 있다. 미국도 전면 재협상으로 판을 키울 경우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개정 협상일 경우 의회와 간략한 협의만 거치면 된다. 다만 농업 분야 협정문 개정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할 경우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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