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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부라더’ 장유정 감독 “7년이란 시간이 녹아 있다...코미디는 믿음이 중요”

유쾌하고 밝지만, 지나치게 건전하거나 착한 영화는 아니다. 당연한 얘기를 당연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2017 코믹버스터 영화 ‘부라더’ 이야기다.

‘부라더’는 2008년 초연을 시작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9년 만에 영화화한 작품으로, 창작뮤지컬계 미다스의 손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뼈대 있는 가문의 진상 형제(마동석 이동휘)가 멘탈까지 묘(?)한 여인 오로라(이하늬)를 만나 100년간 봉인된 비밀을 밝히는 내용이다. 안동을 배경으로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의미있는 일침 역시 담아내 휴먼 코미디의 진가도 드러난다.




장유정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장유정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김종욱 찾기’에 이은 두 번째 스크린 도전에 나선 장유정 감독을 만났다. 그는 “러닝타임 100분의 지루하지 않는 코미디 영화가 나왔다”며 보조개가 매력적인 웃음을 짓는다.

뮤지컬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연극적인 작품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라며 의구심을 내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더욱 재미있는 건 2009년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쓸 당시엔 ‘너무 영화적이지 않으냐’는 우려가 있었다는 것. 그만큼 원작이 매력 있었다는 반증 아니었을까. 실제로 뮤지컬은 롱런 뮤지컬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명실상부한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장 감독은 원작을 영화 문법으로 바꾸는 데 고민을 많이 했다. 일부 장면만 바꾼 것이 아닌 완전히 기본 틀 하나 하나를 손 보기 시작했다. 작품의 뼈대와 본질적인 메시지만 남기고 말이다. 2010년 제작사인 수필름 대표가 감독 제안을 하면서 시작된 영화화 작업은 꼬박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부라더’엔 장유정 감독의 7년이란 시간이 오롯이 녹아있었다.

이미 원작 뮤지컬을 본 이라면, 석봉과 주봉의 직업, 두 형제와 오로라의 삼각관계, 극 중 갈등을 촉발하는 소재 등이 크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원작에서는 백수 청년이었던 석봉, 주봉 형제는 학원강사 및 건설회사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뮤지컬에선 ‘로또’가 갈등을 촉발하는 요소이지만 영화 속에선 금불상으로 교체됐다. 작품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오로라의 등장 역시 판타지를 제거하고 보다 현실적인 설정으로 바꿨다. 시나리오를 하나 하나 수정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그는 ‘부라더’ 지도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모니터링 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메모지 수십 장에 꼼꼼히 받아 적었다. 그걸 노트북에 붙여 놓고 하나 하나 떼어내면서 글을 고쳤다. 편집을 하는 후반부 과정에서는 연출 방향을 목록으로 만들어서 제작사, 투자사 등 영화와 관련된 모든 곳에 뿌렸다. 나중에 결과물을 보고 당황하지 말고, 애초에 모두 함께 ‘부라더’ 지도를 보며 나아가자는 생각을 했다.”



장감독의 오픈마인드는 끊임없이 작품을 검열하게 했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게 했다. 그 속에서 그는 “무대에서의 코미디와 영화에서의 코미디가 굉장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특히 소동극을 만들고 싶었던 장감독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좌충우돌 소동극이 밉게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고 작품의 기본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동극에선 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욕망이 있고, 그 욕망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웃음이 만들어진다. 좌충우돌 인물들의 내밀한 욕망을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웃기는 상황 소동극이 만들어진다. 내가 가진 가치관과 큰 틀은 무너뜨리지 않은 채 최대한 공고한 소동극을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다. 전통과 현대의 고민, 아버지와 아들의 세대 간의 갈등을 그리고 싶다는 기본 생각은 그대로 가져갔다. 영화가 호불호가 생길 순 있지만 불호가 강하면 안 된다.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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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은 웃음의 힘을 믿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다. 특히 “큰 스크린 영화 앞에 관객을 불러놓고 지루하게 하면 안 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지루한 영화는 결국 상상 초월의 누진세처럼 다가와 관객에게 ‘재미없다’고 느껴질 수 있기에 장면 장면에 더욱 신경 썼다.

“코미디는 믿음이 중요하다. 조금만 늘어지면 뒷부분에서 지루함이 누진세처럼 붙기 때문이다. 특히 코미디 영화는 너무 날림으로 빠른 속도로 가면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감정적인 장면에선 한 신 한 신 충분히 시간을 들여 찍었다. 코미디 소재는 누구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지점들을 많이 고민했다. 덕분에 영화가 ‘에누리’ 없이 100분의 러닝타임에 맞게 나왔다.”

장유정 감독장유정 감독


장유정 감독장유정 감독


장유정 감독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금발이 너무해’ ‘그날들’ 등 이름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는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적인 소재, 탄탄한 내러티브 구조, 예상치 못한 반전에 위트 역시 갖췄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늘 말하고 싶은 화두는 ‘인간’이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 관심이 많고, 연민 동정, 슬픔 같은 페이소스를 느낀다고 했다. 그가 내 놓은 작품은 무겁지도 가볍지 않다. 한마디로 ‘딱 좋다’

“인간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게 사랑일 수도 있고, 질투일 수도 있다. 웃음일 수도 있다. 어쨌든 모든 극이라는 것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사람과 사람간에 벌어지는 새로운 이야기, 감성들이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또 상처를 해소시키지 않나. 그런 인간에 관한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 ‘부라더’는 한번도 딸이랑 함께 극장 나들이를 하지 못한 우리 어머니 아버지랑 같이 볼 수 있는 영화인 점도 뿌듯하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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