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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서 나현정역 맡은 김혜수"데뷔 후 첫 액션 느와르 영화 도전…女캐릭터 부각되는 작품 많아져야"

 시나리오 보자마자 출연 결정

 여성의 주체적 의식 반영한 영화

 더 많은 사람이 도전했으면…

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영화계에 여성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단순히 분량 때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성영화는 캐릭터가 없었어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소품과 같은 존재였죠. 단순히 주인공이 여성이라 여성영화라고 할 게 아니라 여성캐릭터가 캐릭터로 살아남고 부각되는 작품이 많아져야 합니다.”

9일 개봉한 영화 ‘미옥’에서 주인공 나현정 역을 맡은 김혜수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충무로에 여성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타짜’의 ‘정마담’은 스무 몇 신 등장하고 ‘차이나타운’의 엄마는 고작 열아홉 신만 등장한다”며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간이나 여성캐릭터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느냐, 여성캐릭터로의 가치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옥’은 김혜수의 첫 액션 느와르 도전이다. 기자의 기대가 커서 그랬을까.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무언가 남은 느낌이다. 극 중반까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과 그를 위해 조직의 행동대장이 된 임상훈(이선균), 검사장의 사위가 돼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혀버린 최대식(이희준)까지. 밀도 있게 진행되는 이 셋의 갈등 이야기를 바라보던 집중이 현정의 아들 주안이 갑자기 등장하는 순간 깨졌다. 여성캐릭터가 주인공이 됐을 때 흔히 사용하는 ‘모성애’ 클리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묻자 김혜수는 “현정과 주안의 관계는 일반적인 모성애와 다르다”고 말했다. 상훈의 대사인 “네가 (주안을) 낳은 거 말고 뭐가 있어”에 현정도 공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녀는 “사실 나현정의 욕망은 어둠 생활을 끊어내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들의 도시락이나 싸주는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 판매자 출신이자 조직의 2인자인 현정의 입장에서도 훈련되지 않은 모성이 나올 순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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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현정이 주안을 바라보는 감정은 상훈을 바라보는 감정과 비슷하면서 상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정 역시 상훈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조직 생활을 떠나겠다는 욕망이 좌절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아들 주안 역시 자신이 꿈꾸는 욕망을 실현하던 중 난데없이 나타난 만큼 최대한 무미건조한 태도로, 모성이라는 것을 의식 못하게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정은 주안이 돌아왔을 때 그녀가 어렴풋이 생각하는 평범한 삶 중 구체적인 한 부분이 들어와 혼란스럽고 씁쓸했을 것”이라 덧붙였다.

작중 현정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상훈이 현정에게 ‘절대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고 연이어 이야기할 정도다. 김혜수는 뒤를 절대 돌아보지 않는 현정의 행동을 ‘과거를, 뒤를 정말 의식하기 때문에 돌아보지 않는 것’이라 설명하면서 그 모습이 정말 짠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런 현정이 유일하게 감정을 표현할 때인 ‘최대식에게 총을 쏘는 장면’을 김혜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열 번 넘게 다시 찍었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여자인 현정이 유일하게 대사와 감정, 액션이 다 드러내는 장면이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 작품에 처음부터 끌렸다는 김혜수에겐 그럴 이유가 있었다. “‘미옥’의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용기를 낼 수 있는 작품이고 하고 싶은 작품이라 생각했습니다. 최근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능동성, 주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두되는데, 이런 의식을 반영하는 영화에 더 많은 사람이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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