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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더유닛vs믹스나인①] ‘프듀’가 되고 싶어?

‘더 유닛’과 ‘믹스나인’의 출격은 Mnet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의 성공에 기반을 두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제2의 ‘프듀’로서 또 다른 워너원의 탄생을 꿈꾸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달 KBS2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이 대중 앞에 첫 선을 보였다. 이전에도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어왔지만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유독 ‘프듀’에 비견된다. 아이돌 연습생 및 현역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기존 소속사 및 소속그룹에 상관없이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 데뷔시킨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기 때문.




/사진=Mnet, KBS2, JTBC/사진=Mnet, KBS2, JTBC


‘프듀’는 가요계에 새로운 데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본질적으로 달랐다. 앞서 우승자 한 명의 데뷔만 지원했던 것과 달리 ‘프듀’에서는 새로 팀이 만들어졌다. 팀 데뷔 시스템은 YG나 JYP에서도 자사 연습생을 대상으로 선보인 적 있지만 ‘프듀’는 다양한 기획사의 연습생들이 흩어지고 모인다는 점에서 달랐다.

팀 데뷔 방식은 ‘프듀’의 주 소비층인 아이돌 팬덤에 정확히 먹혀들었다. 형성된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참가자를 최종 팀에 들게 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개개인의 노력이 팀으로 묶이니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했다. 단순히 프로그램 방송 중에만 화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 프로그램 끝난 후의 수익까지 보장할 수 있게 됐다.

‘프듀’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탄생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와 보이그룹 워너원이 그 증거다. 아이오아이는 그 해 신인상을 거머쥐었고 워너원은 기존 아이돌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음원 성적과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프듀’의 성공은 어느 방송사와 제작사든 탐낼 만한 것일 수밖에. 이쯤에서 ‘프듀’ 시즌1 명대사 “가수가 하고 싶어?”를 잠시 빌려 묻겠다. ‘더 유닛’과 ‘믹스나인’에게, “또 다른 ‘프듀’가 되고 싶냐”고. 사실 되고 싶은지 아닌지 보다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질문이다. 다시 말해, 과연 현재의 방식이 ‘프듀’ 못지않은 신드롬을 만드는데 적합하냐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프듀’를 소비하는 층은 무척이나 열광적이지만 또 그만큼 한정적이다. 아이돌 수요에는 한계가 있다. ‘프듀’도 이를 인식한 것인지 최소한 남녀 성별을 구분지어 공백기를 유지했다. 그러나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프듀’ 시즌2가 종영한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동시에 출격했다.


아직 워너원을 비롯해 뉴이스트, JBJ 등 ‘프듀2’에서 인기를 얻은 팀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아이돌에 관심 있는 소비층이 갖고 있는 열정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더 유닛’과 ‘믹스나인’의 화제성과 파급력이 ‘프듀’ 보다 미미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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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당초 ‘프듀’는 국민의 선택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타났다. 심사위원은 없고 트레이너만 자리했다. 연습생에게 등급을 매기지만 이것이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았다. 붙고 떨어지고는 오로지 투표에만 달려있었고, 이는 대중의 참여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에 비해 ‘더 유닛’은 현장의 방청객, 멘토의 선택이 1차 거름망이 된다. ‘믹스나인’은 철저히 양현석의 기호에 달려있다.

/사진=YMC엔터테인먼트, KBS2, JTBC/사진=YMC엔터테인먼트, KBS2, JTBC


제2의 ‘프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따지는 것 말고도 과연 ‘프듀’를 좇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방송사가 오디션 과정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외에 실제로 하나의 아이돌을 키워내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대형 소속사나 방송사의 입김이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과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은 지난 8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사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 공고화, 방송 미디어들간의 경쟁으로 인한 변칙 매니지먼트의 문제, 중소 기획사들의 단순 에이전시로 전락 위기가 주된 이유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획사 및 제작사, 방송사 등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화려해 보이는 왕관과 그로 이한 부가 수익창출 때문에 순수한 열정을 지닌 아이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것.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더 유닛’ 한경천 CP는 “KBS가 수익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 다양한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최종 확정된 기획사와 문전사가 심층적 협의를 거쳐 진행한다”며 “이전 사례보다 기존 기획사에게 조금 더 많은 수익이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나름의 노력을 강조했다.

비슷한 포맷을 가진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함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연습생들의 절실함만큼은 어느 프로그램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두 프로그램이 동시 출격했다는 것은 분명한 약점이지만, 많은 연습생들이 ‘더 유닛’과 ‘믹스나인’에 사활을 건 만큼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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