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기선 제압이 한쪽은 먹혔지만 한쪽은 막혔다. 일부 바른정당 의원의 자유한국당 입당 이후 ‘야권 개편 1막’이 끝난 가운데 내분 진화에 나선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사뭇 다른 대처가 눈길을 끌고 있다.
홍 대표는 10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구에서 열린 ‘위기의 대한민국, 박정희에게 묻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민심 행보를 이어갔다.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이라는 점에서 홍 대표의 이번 대구행은 박 전 대통령 출당 이후 일고 있는 당 내외 비판에 대한 정면돌파라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이날 콘서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해 (대구가) 서운한 점이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보수 우파세력이 살기 위해서는 출당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방청석에서 ‘거짓말 말라’ 등의 고성이 나왔지만 홍 대표는 “보수 우파세력이 살아야 나중에 박근혜도 살 거 아니냐”며 “나는 내년 선거 나갈 생각도 없다. 정리하지 않으면 당 전체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행보와 별개로 홍 대표는 친박세력의 집단행동을 선제 진압하며 당내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일부 친박계를 향해 “박근혜 청와대를 믿고 패악을 부리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이제 화합을 위해 모든 것을 잊을 테니 자중하라”고 경고했다. 한때 ‘홍준표 사당화’ 논란이 일며 당내 리더십이 휘청였지만 바른정당 통합파의 복당을 이끌어내고 늘푸른한국당과의 통합까지 주도하며 당내 파워를 재확인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안 대표는 ‘공감대 없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여 당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호남계에 ‘불만이면 떠나라’식의 강경 발언을 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박주현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유아독존형 리더십으로는 다당제 흉내는 낼 수 있지만 대선을 겨냥한 1인 중심 이미지의 정당을 벗어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뒤늦게 호남 중진과 접촉하고 오는 21일 당의 진로에 대한 끝장토론을 열기로 하면서 내분 수습에 나섰지만 호남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여기에 안 대표와 측근들을 ‘아마추어’라고 비난한 이상돈 의원 징계안이 당기윤리심판원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리적 분당’ 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