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할리우드는 지금]일파만파 번지는 성추문

코미디언 루이스C.K·배우 스티븐 시걸 등에 폭로줄이어

스페이시는 잇딴 성추행 혐의로 사실상 영화계 퇴출위기

영국이어 오스트리아 정치권에서도 정치인 사퇴 이어져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추문 폭로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으로 촉발된 성추문 의혹은 영국과 오스트리아 정치권에서 ‘미투’ 선언을 이끌어낸 데 이어 주 후반 미 스탠드업 코미디의 최강자인 코미디언 루이스 C.K.와 배우 스티븐 시걸 등에게 번졌다. 잇따라 성추문이 불거진 배우 케빈 스페이시는 사실상 영화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및 각본가 루이스 C.K/AP연합뉴스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및 각본가 루이스 C.K/AP연합뉴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에미상을 수상한 루이스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5년 사이 5명의 여성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거나 이를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9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현직 코미디언 등 여성 5명은 루이스C.K.가 자신 앞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보도가 나가자 루이스C.K.는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아이러브유 대디’의 뉴욕 시사회 일정과 코미디 토크쇼 일정을 취소했다.

루이스C.K.는 미국의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방송작가로 출발해 스타덤에 올랐다. CBS ‘데이빗 레터맨 쇼’의 작가로 처음 데뷔했으며 수 차례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각종 시사 문제와 인종차별 등 다양한 소재를 코미디 무대로 이끌어내며 국내에서도 팬층이 형성돼 있다.

영화 ‘언더시즈’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스티븐 시걸(65)도 폭로 물망에 올랐다. AFP통신에 따르면 호주 출신 배우 포셔 드로시(44)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스티븐 시걸 영화를 위한 최종 오디션이 그의 사무실에서 있었는데 그는 스크린 밖에서도 (남녀 배우 간) 화학 작용이 중요하다며 나를 앉히고는 자신의 가죽 바지 지퍼를 내렸다”면서 시걸의 성폭력 사실을 고발했다. 그는 이어 “밖으로 뛰쳐나가 에이전트에게 전화했는데 에이전트는 동요하는 기색 없이 ‘그 사람이 네 타입인 줄 몰랐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TV시리즈 ‘앨리 맥빌’에 출연했던 드로시는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로 유명한 코미디언 엘런 드제너러스(59)와 동성결혼했다. 드제너러스는 이날 드로시의 글을 리트윗하고 “와이프가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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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배우들도 시걸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지난 1998년 처음으로 시걸의 성추문을 폭로한 배우 제니 매카시는 3년 전인 1995년 시걸이 ‘언더시즈2’ 오디션을 빌미로 자신에게 옷을 내려보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매카시는 영화에 누드 장면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시걸이 “카메라 밖 누드는 있다”며 이같이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자신의 아들을 성추행 했다고 폭로하고 있는 미국 보스턴 뉴스 앵커 출신 헤더 언루(오른쪽)./AFP연합뉴스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자신의 아들을 성추행 했다고 폭로하고 있는 미국 보스턴 뉴스 앵커 출신 헤더 언루(오른쪽)./AFP연합뉴스


앞서 성추문 의혹이 불거진 미 배우 케빈 스페이시는 계속되는 폭로에 영화계에서 퇴출될 위기다. AFP통신은 미 보스턴뉴스 앵커 출신인 헤더 언루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지난해 7월 미성년자인 자신의 아들에게 술을 먹이고 취하게 한 다음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스페이시는 연속된 성추행 폭로로 곧 개봉되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에서도 강등될 전망이다. 통신에 따르면 이 영화에서 스페이시의 촬영장면이 전면 삭제된 후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를 투입한 재촬영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시는 이 외에도 성추행 폭로가 끊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영화 및 방송계에서 퇴출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앞서 영국 경찰은 지난 주 스페이시가 영국에서 남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개했다.

성추행 폭로는 영국 정치권에 이어 이번 주 오스트리아에서도 일었다. 오스트리아의 야당 스타 정치인으로 녹색당의 공동 창립자이자 현 PLIZ 당의 당수인 페터 필츠(63)는 지난 5일 성추행 폭로가 이어지자 “정작 나 자신에게 보편적 기준을 적용하지 못했다”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의원직에서도 물러났다. 앞서 캠페인이 먼저 일었던 영국 정치권에서는 국방장관이 사퇴했고 연루된 지역 정치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헐리우드 및 주류 정치계가 이 같은 성추문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은 수많은 이들이 소수인 ‘톱’의 위치를 향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먼저 권력을 차지한 제작자 및 유명배우, 정치인들의 입김과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 해석된다. 앞서 영국 정치권에서 성추문 폭로를 이끌어낸 한 여성은 “그들이 기본적으로 (성추행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그들은) 자정 능력을 이미 잃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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