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게시판은 좋은 얘기만 나오고 비판적인 내용은 오르지 않아 상하 간 의사소통을 막습니다. 익명 게시판으로 바꾸면 간부들은 조금 힘들 수 있지만 허심탄회한 소통문화를 만들어 일하기 좋은 직장, 나아가 성과를 창출하는 조직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박춘섭 조달청장이 ‘허심탄회한 소통문화’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료 간 수평적 의사소통도 필요하지만 자칫 공무원 조직에서 간과할 수 있는 상하 간의 수직적 소통문화도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조달청장 취임 직후 직원들이 이용하는 실명 온라인 게시판을 익명으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박 청장은 “실명 게시판은 상하 간에 대화가 많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보수적 조직이라는 방증”이라면서 곧바로 익명 게시판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게시판이 익명으로 바뀌면서 ‘대외기관 파견 인사원칙’ ‘일은 뒷전이고 정치만 하는 공무원 행태’ 등 그동안 차마 겉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던 민감한 이야기들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과거에는 게시글이 올라오더라도 조회 수가 200건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조회 수 2,000~3,000건에 이르는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박 청장의 소통 행보는 지난 1일 이례적으로 열린 전 직원 워크숍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워크숍은 분임별로 국장·과장·사무관·직원을 포함시켜 함께 진행하는 것이 공직사회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박 청장은 이번 워크숍에서 과장, 사무관·서기관, 직원 등 직급별로 ‘끼리끼리 분임’을 편성해 조달청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한 혁신전략과 인사제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토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청장에게 바라는 것’을 무기명으로 제출받아 그 자리에서 직접 답변하는 행사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국장·과장·사무관·직원이 같은 분임에 있으면 아래 직원들은 의견 내기를 꺼린다”며 “같은 직급을 분임으로 묶은 것은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조달청 안팎에서는 박 청장에 대해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형성한 정부부처·국회·언론 등 폭넓은 인사들과 ‘불도저형’ 친화력으로 소통하면서 조달청의 위상 강화와 역할 확대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