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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색다른 공간 경험하세요"...주택시장 '취향저격'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을 통해 아파트로 대표되는 획일적인 한국의 주거 문화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지금까지 한국에서 집은 아파트와 동의어로 통했다. 가장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들의 주택 사업은 곧 아파트 사업을 의미했다. 그러다 보니 주택 시장의 소비자들도 선택의 기준이 많지 않았다. 입지나 가격 등을 제외한 선택 기준은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 정도였다. 다만 아파트 브랜드가 다르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주거 경험을 제공한다고 보긴 어렵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브랜드는 인지도나 선호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주거 환경의 차이를 만든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고, 과거와 달리 세분화되고 다양한 소비 취향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하는 등 주택 시장의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주택 시장이 빠르게 분화하고 있다.


특히 ‘임대주택’과 ‘고급주택’ 시장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임대주택 시장을 보면 갈수록 치솟는 높은 집값에 대한 부담으로 주택 구매를 포기하는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주택공급업계도 이들을 흡수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해외의 경우도 이들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 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가 선보인 위리브(WeLive)가 대표적이다. 위리브는 뉴욕 맨해튼과 워싱턴DC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공유 주거 공간을 선보였다. 영국에서는 더 콜렉티브 올드 오크(The Collective Old Oak)가 선보인 공유 주거시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임대주택 시장이 이제 막 열리고 있는 단계인 한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 특정 집단을 겨냥한 임대주택을 선보이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으며, 기존에 주택 사업을 하지 않았던 공간 서비스 업체들도 하나둘씩 임대주택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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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으로는 고급 주택 시장도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기존의 아파트 브랜드와 차별화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급 브랜드를 도입하고 있으며, 상위 0.1%를 겨냥한 초고급 주거 시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에는 3.3㎡당 분양가가 7,500만원에 달하는 초호화 주거시설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들어섰으며, 청담동과 한남동 등 부촌(富村)을 중심으로 고급 주거시설들이 상위 0.1%의 부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바야흐로 개인의 취향을 공략하는 주택 시장의 분화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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