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관심 뜨거운 부동산펀드…거래는 싸늘

올 상장펀드 14개중 4개만 거래

대부분 펀드 HTS·MTS 미등록

운용사·판매사 사후관리엔 뒷전

고객 환금성 높일 대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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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년 만기의 해외부동산펀드에 가입한 김정민(38·가명)씨는 급전이 필요해 환매를 신청했다. 하지만 김 씨는 3개월째 돈을 찾지 못했다. 부동산펀드는 만기까지 자금이 묶이는 폐쇄형이지만 환금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소에 상장시킨다. 김 씨는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거래소 상장으로 언제든지 자금을 빼낼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가입했다 낭패를 당했다. 상장된 부동산펀드가 거래 자체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을 비롯해 국내 오피스 부동산펀드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나사 빌딩, 호주 교육청 빌딩, 명동의 나인트리 호텔, 서울 강남 바른 빌딩 등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만 보였던 대형 오피스, 호텔 건물에 일반투자자도 펀드로 투자해 고정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공모부동산 펀드의 상장 후 거래가 전무하면서 급한 돈을 찾는 투자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된 14개의 부동산펀드 가운데 거래가 이뤄진 펀드는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0개 펀드는 상장 후 단 한 번도 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나마 거래가 일어난 펀드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와 ‘하나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 ‘신한BNPP나인트리부동산투자신탁(종류A1)’, ‘미래에셋맵스호주부동산투자신탁2호’ 등에 그쳤다.


부동산펀드는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만기가 긴 폐쇄형이다. 금융당국은 중도 환매를 원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펀드 설정후 90일 이내에 거래소에 의무상장하도록 했다. 상장으로 환금성을 보장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부동산펀드는 만기가 길어 일반기업 주가와 달리 변동성이 적고, 거래가 거의 없다. 상장 후 거래자체가 한 번도 없었던 펀드의 경우 운용사가 사후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HTS와 MTS등 거래시스템에 부동산펀드는 등록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상장’을 통해 환금성을 높였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운용사와 판매사의 말이 함정이 된 셈이다. 전문 부동산운용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부동산펀드의 의무상장 규정 때문에 상장시킬 뿐”이라며 “실제 거래가 일어나지 않다 보니 거래 시스템에 등록시키지도 않는데다 사후 관리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상장의무를 지켜야 해서 상장은 하지만 거래도 안되는 상품을 위해 증권사나 운용사 모두 HTS 등에 등록을 시키는 등의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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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자산운용사들이 거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손을 놓고 있지만 해결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펀드의 대표상품으로 꼽히는 ‘미래에셋맵스AP부동산공모1호투자회사(맵스리얼티1(094800))’의 경우 랩어카운트를 만들어 환금성을 높였다. 맵스리얼티1(현재 3,950원)도 거래량이 적다 보니 소수의 거래만으로도 급등락이 반복되곤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에셋대우(006800)는 10억원을 투자하길 원하는 고객의 경우 한 달 간 조금씩 사들여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맵스리얼티1 랩어카운트를 출시했다. 펀드판매이후 거래량이 적다는 현실만 탓하는 게 아니라 상장된 부동산펀드의 매수자와 매도자를 위한 랩상품으로 사후관리에 나선 모범사례 인 셈이다. 자산운용사 한 고위관계자는 “충분히 대안을 내세울 수 있음에도 운용사나 판매사인 증권사들이 고객 보호를 회피하는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펀드이름과 상품이름이 다른 점도 문제다. 실제 증권사 영업점에서 조차 펀드명과 다른 종목명 때문에 거래 종목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폐쇄형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지만 부동산펀드의 인기를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맥을 못 추는 전통 자산(주식, 채권 등)에 대한 불확실성보다 임대료 등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까지 공모부동산 펀드의 설정액은 1조8,910억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중이다. 설정된 펀드만도 14개(클래스모두포함)로 지난해 기록한 한 해 기준 최고치인 7개를 이미 넘어섰다. 아울러 정부당국이 부동산규제책을 강화하는 대신 부동산펀드와 리츠 등을 활성화해 자본시장으로의 자금유입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실물자산이라는 장점까지 겸비하고 있어 중수익·중위험 대안 상품으로 성장 가능성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년부터 부동산펀드와 리츠 상장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며 “공모부동산펀드가 상장에만 그치지 않고 사후 관리와 거래 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도록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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