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와 이화여대 사이에 자리 잡은 모텔촌. 침체된 구도심인 이곳 한가운데에 청년 사업가들의 희망을 품은 보금자리가 들어섰다. 이날 정식으로 문을 연 ‘청년창업꿈터’ 1호점은 기존의 낡은 모텔을 서울시가 매입한 뒤 서대문구가 리모델링해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시설로 탈바꿈했다. 주사기와 주사바늘을 안전하게 폐기할 수 있는 주사기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뮨’의 김유화 대표는 “주거와 창업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공간에 들어온 걸 보면 좋은 운을 타고 난 거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년창업꿈터에 입주하는 8개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곳의 가장 큰 장점으로 ‘주거’가 가능한 것이라 입을 모았다. 이곳은 기존의 모텔 방을 개조해 작업실 안에 침대와 화장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언제든 휴식을 취하며 업무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임대료 없이 전기·수도·가스료 등 관리비만 내면 돼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덜 수 있다. 실제 어떤 스타트업의 경우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데 월 100만원 이상을 부담하기도 했다.
외국인 유학생 교열 서비스를 제공하는 ‘씨세론’의 윤영선 대표는 “날이 추워지면서 어디서 자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이곳에 입주하게 돼 다행”이라며 “창업을 하고 준비하는 청년들 역시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생활’이 가능하도록 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특히 건물 입구 바로 맞은 편에 있는 개별 업무공간 한 곳은 몸이 불편한 청년 창업가를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입주 기업 중에는 없지만 향후 장애를 가진 창업가가 들어올 경우 세면대 등을 재배치해 창업은 물론 생활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청년창업꿈터는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348.6㎡) 규모로 크게 공용 공간과 개별 공간으로 나눠 효율성을 높였다. 지하 1층에는 회의실이 갖춰져 있고, 지상 1층에서 3층에는 주로 주거 및 개별 업무공간과 세탁실이 있다. 옥상에는 간단한 조리시설을 갖춘 주방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야외 휴게실이 마련돼 있다. 눈 검진 상품을 개발하는 ‘메디웨일’의 최태근 대표는 “무엇보다 여러 대의 세탁기를 설치하는 등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고려한 게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시내에 이 같은 청년창업꿈터를 10여 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청년창업 지원과 함께 침체된 구도심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신촌의 경우 노후화된 모텔을 재활용했지만 지역 상황에 따라 폐점을 앞둔 고시원과 독서실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년 사업가들을 지원하는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 사업이 추진력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 1호점에서 큰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