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과거엔 쉬쉬했던 성폭력, 여성들이 말할수 있게된 게 희망이죠"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 출간 간담회

조남주·김이설·최정화 등 女작가 7인 공동저자 참여

"우리 이렇게 합시다 아닌 위안 주는 소설 되었으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다산카페에서 열린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기자 간담회에서 조남주(가운데)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이설·조남주·최정화 작가. 사진제공=다산북스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다산카페에서 열린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기자 간담회에서 조남주(가운데)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이설·조남주·최정화 작가. 사진제공=다산북스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다산카페에서 열린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기자 간담회에서 조남주(가운데)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이설·조남주·최정화 작가. 사진제공=다산북스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다산카페에서 열린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기자 간담회에서 조남주(가운데)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이설·조남주·최정화 작가. 사진제공=다산북스


“과거에는 모두가 쉬쉬했던 직장 내 성폭력, 가부장제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고통 등을 이제는 드러내놓고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잖아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편의 작품으로 한국 문단의 가장 주목받는 신예 소설가로 부상한 조남주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다산북카페에서 열린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내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으나 수면 아래 묻어뒀던 문제의식들을 겉으로 드러내는 매개체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남주는 다산책방이 이날 출간한 페미니즘 소설집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이 작품은 30~40대 여성 작가 7인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페미니즘’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쓴 단편소설을 한데 묶은 책이다. 조남주 외에 최은영·김이설·최정화·손보미·구병모·김성중 작가의 소설이 실렸다.

표제작인 ‘현남 오빠에게’는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처음 발표하는 작품으로 스무 살 이후 10년 동안 교제한 남자친구의 청혼을 거절하고 이별을 통보하는 여성 주인공의 심경을 서간체 형식으로 표현했다. 소설집의 기획 의도에 맞게 페미니즘 소설의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한 인물이 자신을 감싸고 보호하던 울타리를 벗어나 비로소 주체로 우뚝 서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성장소설의 문법으로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심리학 용어인 ‘가스 라이팅(gas lighting)’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심리상담가인 로빈 스턴이 처음 만든 이 용어는 자신의 입맛대로 상대방을 조종하고 통제함으로써 타인의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 작품에서 ‘강현남’이라는 남성 캐릭터는 비록 악의를 가진 인물은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자신의 시각과 잣대로만 여자친구의 인생과 가치관을 재단하면서 결국 사랑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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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는 “예전에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하면서 가정 폭력의 피해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며 “다소 경우는 다르지만 이번 소설에서도 자신의 피해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여성, 인지하더라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들을 그려보려고 했다. 적어도 그들에게만 책임을 고스란히 전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고백했다.

작가는 ‘소설가로서 페미니즘 작가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그런 부담은 갖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제가 쓴 소설 중에 제일 많은 독자를 만난 작품이 ‘82년생 김지영’이다 보니 독자들이 페미니즘 작가라고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책에 대한 반응을 접하면서 남성들도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고 들을 의지가 있었는데 그 기회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앞으로도 같은 소재, 비슷한 주제의 작품만 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문제의식들을 자연스럽게 소설에 담고 싶습니다.”

간담회에는 조남주 외에도 소설집에 참여한 김이설·최정화 작가도 함께 자리해 작품을 둘러싼 뒷얘기들을 들려줬다. 김이설은 두 아이를 키우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의 이야기인 ‘경년’으로, 최정화는 여성 안의 여성 혐오를 다룬 ‘모든 것을 제자리에’로 독자들을 만난다. 김이설 작가는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면서 작품을 썼다”며 “‘우리 모두 이렇게 합시다’라는 선동이 아니라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우리도 함께 겪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있습니다’라는 위안을 주는 소설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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