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 500대 기업|매출성장 급물살 탄 '신(新) 게임 공룡’ 넷마블, 2020년 글로벌 톱5 게임사 도약 노린다

269위 넷마블게임즈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넷마블게임즈는 게임업계에 올바른 모바일 시대 접근법을 보여준 롤 모델 같은 존재다. 차별화된 현지화와 저돌적인 M&A 전략을 앞세워 국내를 넘어 글로벌 모바일 게임시장을 대표하는 회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 중 포춘코리아500 리스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넷마블게임즈의 저력을 살펴보자.





방준혁 의장이 넷마블 NTP 행사에서 모바일 게임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방준혁 의장이 넷마블 NTP 행사에서 모바일 게임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시장이 탄생하기 전, 국내 게임시장의 대표 플랫폼은 PC였다.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플로피디스켓이나 CD에 담겨진 게임을 구매해 직접 데스크톱에 설치하는 패키지 게임이 국내 PC게임 시장 초창기의 대세였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에 들어 PC통신이라는 온라인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PC통신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져든 젊은 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포털, 검색, 파일 공유, 게시판, 메일 같은 당시로선 신개념 서비스가 우리 생활 전반을 통째로 바꿔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 다시 게임 시장에 변화가 찾아왔다. 온라인에 접속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시장’이 열렸다. 이후 2000년대 후반까지 국내 게임시장은 이른바 ‘N4’ 기업들이 주름을 잡았다. 넥슨(Nexon), 엔씨소프트(NCsoft), 네오위즈(Neowiz), 넷마블(Netmarble) 등 대형 게임사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대한민국 대표 게임사로 굳건히 입지를 다졌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N4의 독주에 균열이 생긴 건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한 2010년 무렵부터였다. N4 중 일부가 모바일 패러다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내준 것이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 작지만 강한,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생 게임 스타트업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현재 게임업계 중심에서 활발한 활약을 하고 있다.

물론 모바일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해 N4의 명성을 이어간, 아니 오히려 더 성장한 게임사도 있었다. 이번 포춘코리아500 리스에서 게임업체 중 가장 높은 269위를 차지한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이 그 주인공이다.

올 한해 넷마블은 게임업계를 넘어 문화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게임은 중독’, ‘게임은 시간 낭비’라는 세간의 시선에 맞서, 게임도 하나의 거대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내외에서 입증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올해 초 공개한 넷마블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동시에 접속한 다수의 사용자가 온라인 공간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즐기는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다. 이 게임은 출시 한 달 만에 무려 2,0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단일 콘텐츠로 거둔 최단기간 2,000억 원 매출 돌파 기록이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은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8월 일본 시장에 출시돼 출시 18시간 만에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게임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양대 마켓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넷마블이 올 초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이 올 초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






일본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외국 게임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 굳어진 정설이었다. 일본 게임 시장 자체가 다른 국가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데다 자국 게임에 대한 충성도도 유난히 높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은 ‘현지화’를 뛰어넘어 일본 게임 유저들의 특성과 문화를 반영한 일종의 ‘컬쳐라이제이션 (Culturalization·문화화)’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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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지난 2014년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다. 기존 CJ E&M 게임사업부문에서 떨어져나와 CJ게임즈와 합병하며 ‘CJ넷마블(현 넷마블게임즈)’라는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 같은 결정을 놓고 그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난무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합병은 넷마블의 급성장을 이끈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효과가 실적 상승이었다. 지난 2013년 4,900억 원대에 불과했던 넷마블의 매출은 그 3년 후인 2016년 1조 5,000억 원대로 급증했다. 이런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매출 2조 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 같은 매출 성장세는 포춘코리아500 기업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넷마블은 이번 리스트 오른 500개 기업 중 269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 3년 간 매출 증가율을 기준으로 매긴 순위에선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4위에 랭크됐다. 이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스톤에이지’ 같은 모바일 게임 상당수가 해외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의 전망도 꽤 긍정적이다. 넷마블의 오랜 숙원이었던 IPO에 성공한 만큼, 이를 동력 삼아 국내외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넷마블게임즈는 코스피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에 공모가(15만 7,000원)보다 5.1% 높은 16만 2,000원에 장을 마쳤다. 첫날 시가총액 13조 7,263억 원을 기록하며 LG전자를 제치고 시총 순위 21위에 오르기도 했다. 넷마블은 상장으로 마련한 공모자금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넷마블은 독립법인 분사 직후부터 글로벌시장 공략을 계속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퍼즐 장르 세계 2위 모바일게임 개발사인 잼시티를 인수한 데 이어, 올 2월에는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한 카밤 밴쿠버 스튜디오를 최종 인수했다. 두 회사 모두 이미 오래전부터 북미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왔다. 넷마블은 잼시티와 카밤 밴쿠버 스튜디오 인수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쇼 ‘지스타 2016’에 마련된 넷마블 부스 전경.국내 대표 게임쇼 ‘지스타 2016’에 마련된 넷마블 부스 전경.





이 같은 넷마블의 전략은 꾸준한 글로벌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넷마블의 해외 매출은 2,791억 원. 이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52%)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미 개발사 카밤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됐고, 지난 6월 아시아 11개국에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이 대다수 국가에서 매출 순위 톱10에 오른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넷마블은 해외시장 성과를 등에 업고 부동의 게임업계 1위 넥슨을 제치고 사상 최초로 업계 1위(2분기 매출 기준)에 등극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연간 매출에서도 넷마블이 넥슨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넷마블은 오는 2020년까지 매출 5조 원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해외시장 확대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도 “2020년까지 매출 5조 원 달성과 글로벌시장 톱5 진입에 실패한다면,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임직원들의 분발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주요 대형 게임사들이 PC온라인 게임시장에서 ‘대박’을 자축하며 샴페인을 터뜨릴 때, 넷마블은 차분히 모바일 게임 시장을 준비했다. 조용하면서도 강력했던 넷마블의 도전은 결국 모바일 게임시장 제패라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넷마블의 멈추지 않는 성장세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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