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STORY人 박병원 경총 회장] 사진에 담은 '꽃사랑 50년'

22~26일 킨텍스서 세번째 사진전 '꽃이 사랑이다'

"영양실조 北 어린이들에 재능기부 할 것"





박병원(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2005년 재정경제부 차관이자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장으로 북한을 다섯 차례 방문했다. 당시 그가 목격한 북한 아이들의 생활상은 그야말로 열악함 그 자체였다. 영양실조 수준의 왜소한 체격에 큰 충격을 받았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세월이 흘러 2011년 그 기회가 찾아왔다.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뒤인 2009~2010년 미국 스탠퍼드대에 머물며 미국 서부를 여행했고 한국에서 보기 드문 꽃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는 귀국 후 지인들에게 좋은 사진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 나눠주기 시작했다. 유진룡 문화부 장관(당시 을지대 부총장)도 그 USB를 보고 박 회장에게 연락했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B형 간염백신을 접종할 비용을 모으는 데 사진을 좀 써도 되겠느냐는 것. 그렇게 북한 어린이 돕기 사진전은 시작됐다.

알프스 용담알프스 용담


석죽과 상록여러해살이풀인 북극이끼장구채석죽과 상록여러해살이풀인 북극이끼장구채


솔다넬라 알피나 모습솔다넬라 알피나 모습


박 회장의 세 번째 꽃 사진전이 열린다. ‘꽃이 사랑이다’를 주제로 이번에도 북한 어린이의 전염성 질병 예방사업을 지원하는 후원금 모금을 위해 마련됐다. 박 회장이 2016년 여름 알프스를 누비며 사진으로 담은 야생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고위 경제관료(재정경제부 차관·청와대 경제수석)에 전국은행연합회장, 그리고 경총 회장을 역임 중인 그의 이력만 보면 사진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 회장에게 사진은 경제만큼 중요한 키워드다. 박 회장이 사진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아버지가 해외 출장에서 사온 장난감 카메라가 시작이었다. 고향인 부산에 위치한 동래원예고등학교 식물원에는 꽃들이 잘 정리돼 있었고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람은 초상권이 필요했지만 꽃은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됐다. 어떻게 더 아름답게 사진을 담을까를 고민하며 사진 실력을 쌓아왔다. 중학교 들어가서는 아버지의 라이카나 미놀타 카메라로 꽃을 찍었다. 고3(경기고) 때와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행시 준비를 할 때를 제외하면 꽃 사진 찍기를 쉰 적이 없다고 한다. 50년 가까운 경력을 지닌 셈이다.


박 회장의 구력만 보면 대단한 기기를 쓸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2003년 출시된 보급형 디지털카메라인 소니 DSC-F828 카메라로 작품을 담는다. 800만화소로 최신 스마트폰보다 못하다. 하지만 사진에서는 잔잔한 감동이 느껴진다. 어떻게 찍느냐보다 무엇을 담느냐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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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금매화 모습유럽 금매화 모습


그는 꽃 사진을 찍으려 강원도 인제 곰배령부터 제주 한라산까지 방방곡곡 안 다닌 곳이 없다. 꽃이 피는 기간은 봄철 단 2~3주. 더 많은 곳을 둘러보기 위해 산과 들을 걷는 그의 취미는 건강의 비결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한국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문화예술을 접목해 경제 전반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문화예술 진흥도 내수진작의 한 가지 방법임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박 회장은 재정경제부에 근무하던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아트뱅크를 만들어 정부 재정에 의한 미술품 수요 창출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소 판화나 사진·책 등 문화상품 선물 주기를 생활화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의 2011년 첫 사진전은 미국 서부(캘리포니아·오리건·네바다주)를 여행하면서 찍은 꽃 사진을, 2014년 두 번째 전시회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야생화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알프스 꽃들이 주인공이다. 사진전에는 50~60작품만 걸 수 있어 그가 심사숙고해 고른 사진 1,500여점을 USB에 담아 제공한다. 전자액자로 슬라이드 방식으로 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사진은 인화할 수 있다. 지난 1·2회 때의 캘리포니아, 한국의 야생화 USB도 후원금 30만원에 제공한다. 박 회장은 “저는 사진작가가 아니어서 저작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고 많이 활용하셔도 좋다”며 “대신 많이 활용하실 분은 기부도 많이 해달라”고 웃었다.

박 회장의 전시회는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고양 킨텍스(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로 217-60) 1전시장 5홀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정오부터 오후8시까지다. 마지막 날은 오후5시까지 운영한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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